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알랭 드 보통 (청미래,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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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과 자취방에서 어울리며 술잔을 기울이던 중..

이미 넉넉히 술은 취하였고, 한 후배녀석이 뜬금없이 불그레한 얼굴로 묻는다.
'형.. 사랑이 뭐에요..?'

나는 그런 뜬금없이 던지는 화두.가 마음에 든다. 화두.는 두서없고, 또한 짧은 말 한 마디지만 그 무게는 만만치 않다. 그 한마디가 나오기까지, 숱한 밤을 편두통에 시달리게 한 상념과 가슴속에 차오르는 답답함이 진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랑이 뭐냐. 그것이 무엇이든간에 안다고 상념과 답답함이 없어지랴. 실은 나도 궁금하다. 사랑에 쉽게 빠지고, 집착하여 아파하고, 그럼에도 금방 또 다른 사랑에 빠지는 나 자신을 혐오하면서 말이다. 다시는 사랑을 할 수 없다고, 아니 하지 않으리라 맹세하지만 또 사랑하게 되고..

알랭 드 보통 氏가 25살에 이 책을 쓴 사실은 비슷한 또래의 본인에게 큰 충격이다. 나도 감수성이 탁월하다고 자평하나, 세밀한 솜씨로 풀어나가는 보통 氏의 글재주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문학이며, 철학서, 인간관계를 통찰하는 훌륭한 심리학 교재이다. 술 취한 후배가 던진 화두를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 책에 어느정도 그 답이 담겨있는 듯 하다.

그러나 아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누군가 그랬던가.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 처럼 사랑하라'고. 그래 그 말이 진리는 아니더라도, 꽤 적절하다고 느껴진다. 자살, 냉소주의, 금욕주의 따위로 사랑의 상처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그렇게 해서 뭘 어쩌겠다는 건가. 결국은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것 아닌가. 이 책이 해답은 아니더라도 그런 위로는 받을 수 있을 듯 하다. 다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 그것이면 충분하다.
Posted by 지장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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