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천문사상 하늘의 역사

저자
김일권 지음
출판사
예문서원 | 2007-10-1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고대 동양의 천문사상이 지니는 함의와 그 역사과정을 여러 측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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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공간적 분야론과 바람의 사상

하늘은 인간의 질서 방식을 투영시킨 곳이며, 인간의 세계는 하늘의 천문 원리로 운용되는 곳이다. 중국의 천문사상에서 하늘을 나누는 방법으로는 구야, 팔풍, 이십팔수, 사신, 오관, 삼원, 십이차 등으로 다양하지만, 대개 밤하늘의 별자리에 어떤 질서를 부여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모아진다.

 

①회남자의 천문 구야론

<여씨춘추 유시람>은 이십팔수 명칭을 전부 싣고 있는 최초의 문헌이라는 점 외에도 그 이십팔수를 3개씩 구천九天에 배당하는 구야론九野論을 제시하여 주목되었다. 구야론은 구천설과 같은 말이 되며, 구궁설과도 동일한 방위 사상을 띤다. 구야론은 객관적인 천문 관측에 기반을 두었다기보다 매우 관념적인 공간 질서체계이다. <회남자> <여씨춘추>의 세계관을 계승하지만 그것을 천문과 지리로 더 분명히 구분해 확장하는 태도를 보인다. 구야는 천문편에, 구주는 지형편에 나누어져 실려 있다. <천문훈>의 구야설에서는 하늘에는 구야가 있고 9999우가 있다라고 하여 구야 안에 다시 9,999의 작은 구획을 설정하고 있다. 구야론 다음으로는 오성 범주를 서술하였다. 이런 식으로 오행의 동류들이 오성이란 범주 아래 분류 제시되고 있으므로 이런 설명 체계를 천문오행론이라 이른다.

 

②한대의 기론적 우주론과 팔풍의 천문사상

<회남자>에서 오성 다음의 범주는 팔풍八風에 대한 것이다. 팔풍론을 통해 하늘과 만물 간의 기氣적인 상응성을 드러내고, 천기와 지기의 일치 여부와 인간의 성정 변화를 알 수 있다. 팔풍에 대한 이야기는 진한시대에 특히 주목되었던 사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회남자 천문훈>에 실린 팔풍은 팔방위에 따른 바람을 일컫지만, 단순히 바람을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천상분야론에 속한다.

<회남자>의 팔풍설은 <여씨춘추>를 계승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전혀 이질적인 팔풍 체계를 제창하였다. 이 같은 색다른 팔풍 방식은 이후 <사기 율서>에 도입된다. 곧 태양이 사계절을 순행하면서 만들어 내는 각 절기에서의 바람을 천상 팔풍으로 편제한 것이다. 이처럼 팔풍은 하늘의 팔방위에서 불어대는 8절기의 기운을 의미한다. 이들 모두 팔풍을 단순한 바람으로 본 것이 아니라 계절과 방위에 응하여 하늘이 만들어 내는 기운으로 이해하였으며, 율력은 그러한 하늘의 오행 팔정八正기운에 호응하여 시간의 질서체계로 드러난 것이라 보았다. 천문의 팔풍은 이처럼 시간의 범주인 역의 기초로 전환된다. 율력律曆이란 말은 시간의 질서가 하늘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운율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람과 시간의 흐름이 무관하지 않고, 시간과 소리의 파동이 연동된다는 풍기風氣 동류사상에 기초를 두는 것이다.

사마천은 왜 율의 출발점을 바람에서 찾았을까? 더구나 그 바람은 하늘에서 불어오는 천문의 바람이다. 지상의 바람이야 우리가 직접 경험할 수 있지만 하늘의 바람은 무엇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인가? <한서 율력지>치세의 시대가 이르면 천지의 기가 합하여 바람을 생하고 천지의 풍기가 올바르게 되며 십이율이 정립된다라고 하였다. 진한시대의 사상 풍토에서는 하늘의 바람이 1 12달의 절기 변화를 따라 드러난다고 믿었다. 역으로 우리는 계절의 절기 변화를 통하여 그에 투영된 하늘의 기운을 잡을 수 있다. 결국 바람과 율의 공통점은, 둘 다 자연의 리듬을 기초로 삼는 개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③사마천의 율력과 예악사상

율력사상에서는 각 절기마다 그에 합당한 자연의 리듬이 다르게 포착된다. 율력은 도수度數와 역법의 절기를 음률의 이미지로 환원시키는 사상이다. 1 12월의 운기 변화를 십이十二 율려성律呂聲으로 배당하였다. 하늘이 운동하면서 내놓은 조화의 리듬인 율려는 홀수달의 양률인 육률(황종, 태주, 고선, 유빈, 이칙, 무역)과 짝수달의 음률인 육려(대려, 협종, 중려, 임종, 남려, 응종)로 나눈다. 십이율 가운데 기준이 되는 것은 황종률로 궁성에 해당하며, 궁성은 오성의 머리가 된다.

전한시대 왕망王莽은 유흠에게 명하여 다섯 종류의 음률 도량형 표준안을 마련하였다. 이 같은 율제는 만물의 척도에 대한 규약이다. 사마천은 군왕이 제도를 정하고 법은 세우는 각종 규범의 원칙이 육률에 근거하므로 육률은 만사의 근본이 된다고 말했다. <사기 율서>는 천문 관측의 문제와 율제 건립 및 역법 운용이 서로 밀접한 관계임을 보여 주면서, 덧붙여 인간의 도덕도 그 질서를 따르는 것이라 말하기에 이른다. 이에 율력사상은 율 또는 악을 매개로 하여 악률을 인간의 근원적인 질서 원리로 전환시키려는 예악사상과 다시 결부된다.

예와 악은 천지와 인간의 관계 형식을 규범 짓는 주요한 두 범주로 크게 제창되었다. 이들 모두 하늘의 바람에서 파생되었으므로 바람의 사상이라 이를 만하다. 예악사상은 분별을 공능으로 삼는 예의 외면주의를, 조화와 화합을 추구하는 악의 내면주의로 끊임없이 단련시키고 있다. 한대의 예악사상은 율력과 공통적인 우주론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로 나아간다. 자연의 순환 속에서 악樂을 인仁으로 보고 예禮를 의義로 파악한 사마천의 인의적 자연관 내지 예악적 자연관은 유가 정신의 진수를 보여 준다. 천인감응 세계관은 율력사상과 예악사상을 서로 밀접하게 연동시키는 배경이 된다. 천문사상과 의례체계가 만나는 지점이 바로 이러한 길목이다. 예의 정신은 그 예법이 절도에 맞지 않으면 안 된다. 중국의 역대 의례사는 모두 각기의 의례 맥락에 따라 시기와 방위, 신위, 절차를 우주론적으로 세세히 규정했으며, 이를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천지의 도수는 환원하자면 천지자연의 순환 속에 내장되어 있는 우주의 변화 원리를 지칭한다. 율은 그러한 자연 변화 속에 투영된 기氣적인 흐름을 율력의 맥락으로 포착해 낸다. 율려라고도 불리는 십이율은 자연이 만들어 내는 기운의 흐름이 매달 다르다는 생각에 기초를 둔 개념이다. 1 12달의 십이율은 결국 시간 문제를 다루는 역법과 같은 지향성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천지의 기운 변화에 상응하는 정치 교화를 펴야 한다는 논리는 이 같은 한대의 기론氣論적 우주론에서 비롯하였다. 팔풍사상은 방위론에서는 팔방위로, 시간론에서는 팔절기로 감응하여 펼쳐진다는 생각을 담아낸다. 따라서 동양의 기론을 접근할 때 자연의 절기 변화는 매우 중요한 징검다리가 된다. 이를 통하여 천기와 내기의 교감을 이론화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율력과 기론은 통합적 맥락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동양의 별자리 분류 체계와 삼원 이십팔수

동양의 고대 천문에서 대표적인 별자리 형식은 일반적으로 삼원三垣과 이십팔수 체제이다. 삼원은 밤하늘의 별들 중에서 가장 밀집되어 있는 세 곳의 별무리 지역을 일컫는다. 자미원은 삼원의 중심 역할을 맡는다. 자미궁의 궁주는 북극성의 인격신인 북극자미대제가 되나, 역사적으로 자미원의 주인은 하나가 아니다. 태미원은 천제가 정무를 관장하는 조정이다. 태미원의 궁주는 태미오제인데, 이는 오행 사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 태미오제는 왕조의 교체 과정에 관여하는 하늘의 중요한 지고신 지위를 부여 받았으며, 사람들은 오행의 순환에 따라 오방상제가 계속 번갈아 바뀐다고 믿었다. 천시원은 천자가 거느리는 제후들의 도시라는 의미를 띤다. 전체적으로 보면 삼원 별자리는 지상의 거대한 봉건 관료 조직을 그대로 올려 놓은 느낌이다.

하늘 전체를 구획하는 방법으로 오관五官 형식이 있다. <사기 천관서>에서 오관법은 북극성의 자미궁을 중관으로 두고, 동서남북의 사방위별로 사관을 편제하는 방식이다. 오관 형식은 다시 이십팔수 천문체계와 결합할 때 그 기능을 발휘한다. 동서남북의 각 궁을 대표하는 주요 거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양의 천문이 태양의 황도 둘레를 12등분한 황도십이궁을 대표적인 별자리로 삼았다면, 동양에서는 이십팔수가 그 역할을 맡아왔다. 요컨대 사신과 이십팔수의 연관은 전국시대 이래 발전되어 오지만 전한시대 사마천의 <사기>에 이르러 구체화되었다 할 수 있다.

 

하늘의 사방위 우주론과 사신도의 천문사상

이십팔수는 사신四神 형식과 결합해 천상을 구획하는 기준 별자리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둘 사이의 연관성은 그리 깊지 않으며, 본래는 별개의 개념으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사방위를 표상하는 사신은 진한시대의 천문 문화 전통에서 출발하였다고 추정된다. 사신도의 성립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현무 도상의 출현이다. 고고학적 발굴로 살펴보면 청룡과 백호의 이신도二神圖 형식에서 나머지 주작과 현무의 출현은 그 이후로 알려져 있다. 각종 문헌과 출토된 유물을 보면, 현무 도상은 거북만을 표현한 신구에서 거북에 뱀을 합친 구사 상징으로 비약하였다가 북방 현무로 정착되었음을 알 수 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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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장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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