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4: 스산한 가을바람소리

저자
조설근 지음
출판사
나남 | 2009-07-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국내 최초 정통 중국문학 학자들의 완역본!중국 근대소설의 효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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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무상人生無常. 어떤 느낌이 드는가? 뜻을 잘 몰라도, 이 단어를 읊조리고 있으면 허무함과 허망함의 느낌이 마치 셋트처럼
딸려나온다. 한마디로 '지금 이 순간도 다 지나가겠지' 혹은 '흩날리는 꽃처럼 우리도 죽어 땅에 묻히겠지'라는 감정이다.
마침내 슬픈 나머지, 눈물을 뚝뚝 흘린다. 대옥이처럼..

인생무상=슬픔이라는 공식은 지극히 '자연'스러워 보인다. 정말?

가만히 들여다보면, 앞에 예시한 감정은 무엇인가를 감추고 있다. '지금 이 (좋은) 순간도 다 지나가겠지' 혹은 '흩날리는 꽃처럼 우리도 (좋은 시절을 뒤로 하고) 죽어 땅에 묻히겠지'가 더 정확하다.

현재 살아가는 와중에, 괴로움의 나날을 겪고 있다고 하자. 그럴때 '인생무상'의 개념은 아주~ 효과적이리라.
'지금 이 (괴로운) 순간도 다 지나가겠지'로 상황을 바꿔보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인생무상을 슬픔에 연결짓는 습관은 좋은 순간, 좋은 느낌, 좋은 시절만 유지하려는 욕심에서 비롯한다.
한없이 좋은 것, 즉 쾌락의 느낌만 얻으려하면 그것을 잃었을 때의 낙차감은 현기증이 유발할지도 모른다.
그러한 현기증에서 상실감은 더욱 크고.. 나아가 비탄의 감정에 스스로를 몰아넣게 된다. 인생무상을 이렇게만 써서야 되겠는가?

무상함을 체득함은 삶을 다르게 바라보는 혜안을 얻음이요, 그럼으로써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도 지나감으로써, 그것을 즐기되 흐르는대로 놓아버리는 게다.

바람을 맞으며 상쾌함을 느낀다. 그 기분이 참 좋아 바람을 손아귀에 넣으려 하는 어리석은 자여..
손가락 사이로 바람은 쏙쏙 빠져나가고, 어느새 상쾌함은 가신채 땀만 삐질삐질 흘리고 있구료.

보옥과 대옥이로 대조되는 무상함에 대한 태도..
한 사람은 만나서 헤어지는 게 무척 슬프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만나고 또 슬퍼하고
한 사람은 어차피 헤어질 것을 알기에, 아예 안 만나고..

모든 것이 결말이 정해져 있어도, 그것을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따라 전해오는 감각은 전혀 다르리라.
마치 영화를 X16배속으로 결말만 보는 것과 찬찬히 감상하는 것의 차이이기도 하다.

인생무상,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따라
당신을 슬픔으로만 혹은 슬픔도 슬픔 나름의 맛이 있음을 느끼게 하리라.
그때 마음은 담담해지고, 순간을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애니웨이.
고전에서 이 분야의 지존은 새옹塞翁이다. 그래, 새옹지마 고사의 '변방의 늙은이' 맞다.
짐작하건데 노자老子로 추정되는 그는.. 인생무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그런데 후세인들은 그것을 곡해하여, 무슨 일이 있든간에 '이래도 흥~' '저래도 흥~' 마치 삶을 무감각, 무감정의
마인드로 살라는 것으로 여기곤 한다. 아마 여기에서부터 인생무생의 의미가 왜곡된 듯 하다.

그렇지 않다. 새옹께서는 진정 상쾌한 바람을 온몸으로 즐기며, 그것을 손아귀에 잡으려하지 않은 이다.
그리고 바람을 손안에 쥐려하는 이들에게 웃으며 말한다.

그러면.. 아니아니 아니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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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장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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