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5: 엇갈린 운명과 이별

저자
조설근 지음
출판사
나남 | 2009-07-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국내 최초 정통 중국문학 학자들의 완역본!중국 근대소설의 효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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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옥은 칠현금을 타고 보옥이는 음률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등, 홍루몽에는 소리와 음악에 대한 장면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소리는 무엇인가? 원일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말씀과 기타 적어둔 메모를 종합해보면..

성(聲) : 소리. 자연에서 들려오는 소리.
음(音) : 소리에 패턴을 잡는 것이 음.이다. 패턴과 흐름을 집어내는 것이 바로 문(文)이다.
악(樂) : 총체적 음. 노래+춤+기악이 한데 어우러진 상태가 바로 악.이다.
예(禮) : 악은 반드시 예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음란해진다.
정취(情趣) : 예악은 깊고 풍부한 정서와 흥취를 자아낸다. 이것이 바로 도(道)이다.

<나가수>를 비롯한 음악 프로그램에 사람들은 감동한다. 절절한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사무치게 한다.
사무치다.는 사(思) 즉, 생각+'무치다'. 나물 팍팍 무치듯, 생각이 무쳐지는 것을 '사무치다'로 해석해보면,
그것은 강렬한 '진동'을 의미한다. 여러가지 생각과 감정(희노애락애오욕=칠정七情)이 어우러져 무쳐지면
비로소 사무쳐서 감동이 일어난다.

소리가 마음을 사무치게 하는 것은, 바로 소리가 지닌 음파 혹은 진동 때문이 아닐까?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가슴을 울리고 때리고 후비는 강렬한 진동으로 마음은 요동친다.
이는 물리적 진동이다.

그래서 소리에 밝으면 진실을 알 수 있다. 눈은 잘 속아 넘어 가지만, 소리(진동 혹은 파동)는 속이기 어렵다.
예컨대, 나무 무늬인 벽은 눈으로 보기엔 그저 원목 재질이다. 그러나 실제로 두들겨 보면, 겉만 나무 무늬의 벽지일뿐
속은 다른 재질인 경우가 있다. 어떤 소리가 퉁겨져 나오느냐에 따라 사물의 성질을 파악할 수 있다.ㅈ
거짓말 탐지기도 그 원리는 인체의 미세한 떨림(파동과 진동)을 감지하는 것 아닌가?

언제부터인가, TV 프로그램에 자막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한국어임에도 불구하고, 자막이 없으면 내용 파악이
잘 안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귀가 잘 안들리기 시작한 것인가, 아니면 너무 시각에만 의존하게 된 것인가?

소리의 세계는 내 상상 밖으로 새로운 영역으로 느껴진다.
원일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물방울이 '톡'하고 떨어지는 한 소리로도
그 물방울이 깊은/얕은 물속에 떨어졌는지, 플라스틱/나무 위에 내려앉았는지.. 등등의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홀렸다. 아, 이것이 바로 음색(音色)이란 말인가!

겉모습은 성형으로 뜯어 고칠 수 있으나, 목소리를 인위적으로 고친다는 얘기는 들어 보지 못했다.
목소리는 스스로의 자세와 태도, 마음가짐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리라. 그렇게 자신을 수양하면 저절로 목소리는 변하는 것..
소리는 단지 목소리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걸음걸이에서 나오는 소리, 팔을 휘두르는 소리, 앉았다 일어나는 소리 등..
우리가 일상에서 자세 한번 바꿀 때도,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리는 것처럼 소리는 도처에 있다.

이 소리가 바로 파동이요 진동이다. 그리고 파동과 진동은 일정한 '리듬'을 만든다. 그 리듬은 일상의 패턴, 흐름을 구성한다.
그러므로 일상의 리듬을 바꾸라~는 말은 수사가 아닌 것이다. 그것은 매우 구체적인 일상의 몸가짐을 재구성하라는 이야기에 다름없다.
즉, 어떤 말을 할 것인가? 어떤 자세/마음으로 말할 것인가? 앉고 일어나고 걷고 밥먹을 때 어떤 자세인가? 이런 세세한 것이
모두 소리이며 물리적 파동을 일으킨다.

소리는 속일 수 없다. 나의 음성/태도/행동은 지금 어떤 파동을 자아내며, 일상의 리듬을 형성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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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장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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