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는 불인데 불은 겉모습이 밝고 뜨겁습니다. 여러분은 불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저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먼저 생각납니다. 불은 따뜻함을 선사하고 음식을 익혀 먹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러나 너무 가까우면 도리어 화상을 입습니다. 불의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특징은 분별 즉 예(禮)를 상징합니다. 예의범절은 웃어른을 공경하고 아랫사람을 포용하는 수단입니다. 애비 에미도 몰라본다는 말은 예를 상실한 즉 분별력이 떨어졌음을 뜻합니다.


   화를 상징하는 고전은 예기
(禮記)입니다. 오행대의는
예기는 상하의 법도를 고르게 하고 귀천의 차등을 분별해서, 임금과 신하, 부자 등의 모든 관계의 예로써 절차를 만든다고 말합니다. 가족과 국가, 말하자면 인간 사회가 움직이는 이치를 담은 책이라 할까요. 그래서 옛 선인들은 예기를 읽고 사회 규범과 법칙을 탐색했고 부모 자식, 임금 신하 사이 등 인간의 도리를 파악했습니다. 이처럼 예의 분별이 심화되어 오늘날의 복잡한 문명이 이뤄졌습니다. 따라서 정치학, 사회학, 경제학 등 사회과학 분야가 화 기운이 많은 학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火)는 발산하는 에너지이며 음양의 양상이 있습니다. 빛처럼 사방으로 퍼지는 양(陽)과 한 점으로 응축된 열(熱)이 음(陰)입니다. 이는 화기(火氣)의 염상(炎上)하는 성질이며, 병화와 정화의 차이입니다. 사회과학에 있어 병화는 거시적으로 틀을 짜는 영역과 유사합니다. 병화인 빛이 마치 목표처럼 전체를 비추고 나아갈 방향을 밝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정화는 미시적으로 전술과 세부 계획수립 등 실제로 일을 진행하는 실질적인 측면에 가깝습니다. 흩어진 빛을 한 점에 모아 열을 내는 것은 정화이기 때문입니다.

화는 예(禮)이며 기쁨을 주관합니다. 국가를 건설하며 여러 제도를 뚝딱뚝딱 만들어나가는 희열은 말로 다할 수 없습니다. 소외되는 이 없이 올바로 진행될 때 그 기쁨은 모두가 나눌 수 있는 예, 즉 사회질서가 됩니다. 그런데 혼자만 기쁨에 겨워 도취된다고 생각해보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월드컵 응원할 때는 모두가 신이 납니다. 그러나 여기서 기쁨에 겨워 옆 사람을 함부로 껴안는다거나 접촉을 시도하면 어떨까요? 최근 있었던 남아공 월드컵 거리응원에서 난동에 가까운 추태가 빈발했습니다. 주차된 차량을 부수거나, 편의점에 들어가 “쪼잔하게 굴지마라”며 강탈에 가까운 짓을 벌였다고 하니 기쁨이 타락해 독선이 된 것입니다. 질서정연한 응원문화, 뒷정리를 깔끔하게 하고 가는 거리응원은 기쁨이 적절히 발휘되어 예의 분별을 실현한 것입니다.

정리하면 화 기운은 예(禮)이며 분별의 성질을 띠며 발산의 운동 에너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정치학·사회학·경제학 등은 화의 성질을 대표하는 서적이라 할 수 있지요. 어떨 때 이런 책을 보면 좋을까요? 활력이 떨어져있고 목표는 있으나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 막연한 이들에게 화 기운의 서적을 살펴볼 것을 권합니다. 이를테면 논문을 쓸 때 사용되는 연구방법론 같은 분야가 이에 해당합니다. 통계적 분석과 논증에 필요한 지식은 말하고자 하는 바에 무게를 실어줄 것입니다. 나무가 꽃을 활짝 피우듯이, 화 기운의 서적으로 비전을 현실화하는 기쁨을 맛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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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장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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