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위 : 한니발 : 로마 vs 카르타고

(Hannibal: Rome vs. Carthage)



드디어 나왔다. 카드 드리븐 게임의 명작, 한.니.발.

이 게임을 오직 카르타고로만 서너번 플레이했다. 처음엔 한니발이 무적인양 아무 생각없이 알프스를 냅다 넘고, 이탈리아 반도로 진격하다 그만 2턴째인가 비명 횡사의 참극을 당했다. 너무 초반이라 그만 게임 의욕을 상실할 정도로 정신줄을 놓을 뻔 했다. 아.. 한니발 없으면, 나.. 망한거임?

 

그러나 게임은 한니발이 없다고 밸런스가 심각하게 기울지는 않았다. 복수를 다짐하고 칼을 갈던 중, 한니발이 없는 북아프리카에 의기양양 입성한 아프리카누스를 포위 섬멸하여 척살.. ㅎㅎ

뭐, 이렇듯 이 게임은 정말 한 편의 대하드라마적 요소가 풍부하다. 카드에 적힌 역사적 이벤트와 사령관들의 존재는 게임이 끝나고 나서도 이야깃거리를 꽤나 만들어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치 재미있는 영화 한 편을 보고나서, 후일담을 나누는 것처럼. ^^

 

플레이했던 카드 드리븐 게임 중에선 단연 으뜸이라 할만하다.

 

 

4위 : 리차드 3세 : 장미 전쟁

(Richard III: The Wars of the Roses)



장미전쟁에 대해 급 관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매력적인 게임이다.이 게임의 재미난 특징 중 하나는 '배신'과 '로열티'의 존재이다. 장미 전쟁은 귀족들간의 이전투구로, 말하자면 '그들만의 싸움'이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승리조건은 상대방보다 귀족 유닛을 더 많이 보유하면 이긴다. 귀족을 많이 포섭하면 왕으로 옹립되고, 왕인 상태에서 게임이 종료되면 승리한다. 그래서 귀족유닛은 최대한 보호하고, 전장에는 용병들을 내세운다. ㅋㅋ

 

귀족을 포섭하는 방법은 '배신' 주사위의 굴림으로 처리한다. 귀족 유닛들에는 로열티, 즉 충성도 등급이 있다.

전투 중에 해당 유닛의 등급 이하로 주사위를 굴리면 즉시 우리편이 된다. 배신 주사위는 양측의 우두머리 유닛만 굴릴 수 있는데, 특별하게 역사적으로 '킹메이커'라고 불렸던 워릭 백작 리처드 네빌 유닛도 가능하다. 과연 킹메이커.. ㅎㅎ 물론 어떤 순간에도 배신하지 않는 충성 유닛들도 있다. 이들은 각각 붉은장미 혹은 흰장미 표식이 있는 유닛들이다. 말하자면 가문의 영주들..

 

짧은 플레잉 타임(2시간 내외)과 깔끔한 룰로 즐길 수 있는 블럭게임의 진수라 할만하다.

 

 

3위 : 빅토리 인 유럽(Victory in Europe, VIE)



2차세계대전 유럽 전역을 다룬 블럭게임은 없을까? 내가 알아본 바 3가지가 있다.

하나는 유럽 인걸프드(EE), 다른 하나는 유로 프론트(EF), 그리고 바로 이 게임, 빅토리 인 유럽(VIE).

 

내가 원하는 게임은 전투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정치/외교 요소도 있으면 했다.

거기에다 다양한 병종까지 추가되고, 약간의 역사적 이벤트도 곁들여지면 금상첨화.

EE는 플레이타임이 너무 길고 룰이 많으며, EF는 외교적 요소가 없고 지도가 무척 크..다(펼칠 자리가 없다!).

이런 조건에 딱 맞는 게임이 바로 VIE였다.

 

이 게임은 연도별 시나리오와 진영별 카드 덱을 제공한다. 다양한 블럭 유닛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배부르다. 전투기/폭격기/잠수함/전함/공수부대/보병/전차 등등.. 카드는 연도별로 역사적 사실을 반영한다. 전쟁 전반기에 독일 측은 바르바로사 작전 카드면 더 많은 유닛을 진격시킬 수 있고 후반기에 절대사수! 카드는 방어력이 올라가는 대신 후퇴 불가.. 하는 식이다.

 

외교적 요소는 간단하다. 중립국에 외교주사위를 굴려, 일정 숫자 이상 굴리면 우리편으로 넘어온다.

또한 유닛생산이 독특한데, 자원과 공장 수치 둘 중 낮은 숫자가 자국의 생산포인트이다. 그러므로 자원과 공장 수치 둘다 올려야 한다. 블럭은 개당 군(Army) 단위를 나타내며, 국가 최고 지도자의 시선에서 유럽 전역을 조망해야 한다. 무엇보다 스케일에 비해 간단한 룰이 최대 장점!

 

 

2위 : 이스트 프론트 II (East Front II)



올해의 워게임 탑 텐 중, 7위를 마크한 사막의 롬멜을 디자인한 Craig Basinque씨의 작품. 당당히 2위에 또다시 랭크되었다. 이 게임은 한 마디로 쩐.다.

 

헤드셋을 착용하고 수백 대의 전차를 진두지휘하는 사령관이 되고 싶은가?!

독일 전차군단의 묵직함을 절절히 체험하고 싶은가?!

 

그러나.. 호쾌한 진격만이 전부는 아니다.

 

진흙탕에 빠져 전차 무한궤도는 헛돌고 겨울 한파에 옴짝달싹 못할 때의 악몽 또한 피할 수 없다.

이 모든 것이 이스트 프론트, 동부 전선에 담겨 있다.

 

보통 워게임의 보급 체크는 양 진영의 턴이 모두 끝난 후에 확인한다. 그런데 이스트 프론트는 자기 턴이 끝나면 바로 보급이 끊겼는지를 확인한다. 그래서 기동 후 보급 차단이 즉시 가능하다.

보급 차단으로 인한 손실은 막대하기 때문에, 매번 어떻게 기동할지 고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속도감이 있으며, 매 순간 선택이 고통스럽지만 시원시원한 맛이 있는 이스트 프론트. 크레익 씨는 최고다!

 

 

1위 : 승리와 비극(Triumph and Tragedy)



대망의 1위는 바로 T&T라 불리는 승리와 비극이다. Craig Basinque씨의 최신작이며 출시된 후 유저들의 엄청난 환호 속에 보드게임긱 워게임 부문 랭킹 5위에 올라와 있다.

 

무려 탑 텐 중 3개의 게임을 순위에 올려놓은 크레익 씨.. 정말 대단하다. 이 게임은 3인 전용이라는 데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그러나 3인 워게임을 찾는다면 이 게임을 능가할 게임은 아직까진 없다고 단언한다.

 

단순히 전쟁 게임이 아니라, 정치/외교적 요소를 매우 심플하게 그러나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절묘히 녹여내

디자인적으로 밸런스가 대단히 우수하다. 삼국지를 이 시스템으로 만들어도 괜찮을듯.. ^^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만약에 그때 그랬다면..?' 상상을 현실로 바꿔준다.

독일이 프랑스 침공에 앞서 영국에 상륙했다면?

소련이 인도의 영국군을 침공했다면?

심지어 전쟁을 아예 하지 않고, 외교전으로만 승리를 쟁취할 수도 있다. 물론 드문 경우이긴 하다.^^

 

외교/전쟁/전략의 삼박자가 완벽한 게임, 3인이면 언제라도 하고 싶은 게임.

바로 승리와 비극이다.

 

#이 게임의 태평양 전선 버전을 플레이 테스트 중이라니, 차기작이 더욱 기대되는 크레익 씨다.

Posted by 지장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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