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선생 지식경영법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정민 (김영사,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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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쓰는 목적, 주제 찾기에 대한 항목

종핵파즐법 綜覈爬櫛法 (종합하고 분석하여 꼼꼼히 정리하라) – 한 가지 주제 파고들어가기

본의본령법 本意本領法 (핵심을 건드려 전체를 움직여라) – 글쓰는 목적

 글을 쓸 때 글감 (주제)를 정하는 것도 일입니다. 막상 포스팅을 하려고 해도, 무엇에 대해 써야할지 난감할 때가 있거든요.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 잡생각을 쓰자니, 이런저런 생각의 갈피 속에서 헤매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러다보면 결국 잡담.에 머물고 말지요. 글 잘 쓰는 분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One Shot, One Kill'이 뚜렷합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한 포스팅에 한가지 이야기만 한다는 것이지요. 총알 한 방에 좀비 한 마리, 이렇게 말이죠. 다산 편집장님은 어떻게 글감을 찾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사기의 자객열전을 읽는다고 치자. (祖)를 마치고 길에 올랐다라는 한 구절을 보고, (祖)가 뭡니까?하고 물으면, 선생님은 전별할 때 지내는 제사다라고 하실 것이다. 하필 할아버지 조(祖) 자를 쓰는 것은 어째서인가요?라고 물으면, 선생님은 잘 모르겠다고 하시겠지. 그런 뒤에 집에 돌아오거든 사전을 뽑아다가 조(祖) 자의 본래 의미를 살펴보아라. 또 사전을 바탕으로 다른 책으로 옮겨가 그 풀이와 해석을 살펴, 뿌리를 캐고 지엽을 모은다. 또 통전이나 통지, 통고 등의 책에서 조제 지내는 예법을 찾아보고, 한데 모아 차례를 매겨 책을 만든다면 길이 남는 책이 될 것이다.

이렇게만 한다면 전에는 한 가지 사물도 모르던 네가 이날부터는 조제의 내력을 훤히 꿰는 사람이 될 것이다. 비록 큰 학자라 해도 조제 한 가지 일에 있어서만은 너와 다투지 못하게 될 테니 어찌 크게 즐겁지 않겠느냐? 주자의 격물공부도 다만 이와 같았다. 오늘 한 가지 사물을 궁구하고, 내일 한 가지 사물을 캐는 것도 또한 이처럼 시작하는 것이다. (格)이란 밑바닥까지 다 캐낸다는 뜻이다. 밑바닥까지 다 캐지 않는다면 또한 유익되는 바가 없다.


 자신이 생각하는 문제가 사소하다고 느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파리에 달랑 붙은 의문에만 초점을 맞추니 그것이 사소해질 수 밖에요. 의문점의 뿌리와 줄기, 이파리까지 캐내면 그것은 더 이상 사소하지 않습니다. 땅 속에서 뿌리채 드러낸 의문 덩어리는 그 자체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신문이나 잡지의 기획탐사보도가 각광을 받는 것은, 일회성에 머물지 않고 후속취재를 충실히 하기 때문입니다. 다산 편집장님을 상관으로 모신다면, 이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음 불호령을 먹을 테니.. ^^ 따라서 사물을 바라볼 때, 겉만 보지 않고, 그 이면과 인과관계 등을 추측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포스팅 글감을 찾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딱 보기에 시덥지 않은 주제일 것 같아도, 파고들어가면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뿌리까지 캐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일까요?

  이런 공부의 과정을 목차를 세워 작은 책자로 정리하면 아주 훌륭한 자료가 된다. 예를 들면 고문헌에 나오는 조제의 용례, 조제라는 명칭의 의미와 유래, 역대 기록을 통해 본 조제의 방법과 변화가 각각의 장이 될 것이다. 이런 학습의 과정을 통해 조제에 관한 한 최고의 권위자가 될 수 있다.


 공부의 과정을 기록하는 것이 각각의 포스팅이라면, 그것을 모아 작은 책자로 정리한다는 것은 당신이 점점 전문 블로거가 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생각해보세요. 블로그가 모든 것을 다루는 백화점은 아니잖아요? 블로거 자체가 특화된 전문가를 지향한다면, '조제에 관한 한 최고의 권위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은 바로 우리들 블로거에게 딱 들어맞는 말입니다. '요리 전문 블로그', '도서관 전문 블로그' 등등.. 다산 편집장님은 조선 시대의 블로거 셨지요. ^^

처음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익숙해지면 하루에 한 가지씩 이런 작은 책자들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격물(格物)이란 무엇인가? 어떤 사물의 의미에 대해 끝장을 보는 것이라고 했다. 격(格)은 바룬다는 말이다. 책상 위에 흩어진 종이를 주섬주섬 추려서 아래위로 탁탁 추스리면 들쭉날쭉하던 종이들이 가지런하게 모인다. 탁탁 추스르는 것이 바로 격(格)이다. 이를 달리 말한 것이 바로 파즐(爬櫛)이다.

격물을 통해 앎으로 나아가는 것이 격물치지(格物致知)다. 조제의 의미를 따지기 위해 사전을 찾고 이 책 저 책 뒤지는 동안 사기의 자객열전만 읽는 것이 아니라, 고대의 제사제도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옛사람들의 생각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공부는 이처럼 누적되고 확산되는 방식이라야 한다.


 '하루에 한 가지씩 작은 책자를 만들어라'를 '1일 1포스트를 발행하라'로 바꿔 말하고 싶습니다. 아무리 사소한 것도 뿌리까지 내려가면 그 자체로 의미가 생깁니다. 이파리에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자기 스타일대로 재배열하는 과정에서 재미도 느끼고, 사람들도 이게 뭔가 하고 기웃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때부터 탄력을 받는 것이지요. 단, 주위 사람들 시선을 너무 신경쓰지 않기를 바랍니다. 방문자 수 등을 의식하면, 글쓰는 재미가 확 떨어집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 전 그래서 되도록이면 방문자 수, 추천 수 이런거 아예 안 보려고 합니다.
 '격물치지'야말로 블로거에게 필요한 격언인듯 합니다. 전문 블로거를 원하는 분이라면, 다양한 정보소스를 개척하는 것도 필요하겠지요. 이런 스크랩 관련, 정보 정리 항목은 다음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다산 편집장님께서 이 부분에 특히 관심을 보이셨지요.

 무질서에서 질서를 찾는 것이 공부다. 남들은 못 봐도 나는 보는 것이 공부다. 공부를 통해 내 삶이 송두리째 업그레이드되는 것이 공부다.


 어차피 내가 재미있고, 나 좋으라고 하는 일입니다. 어깨에 힘을 빼고 즐기시길. 너무 형식에 맞추지 마시고, '그냥' 하세요. 이것저것 따지면 지칩니다. 어차피 형식이나 규칙은 따로 없습니다. 여러분의 스타일이 쭉 이어지면, 그것이 당신 블로그의 독특한 스타일이자 문화가 되는 것이니까요. 그것이 곧 매력요소이지요. 남의 것 베낄 필요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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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장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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