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

 

영국의 외딴 깡촌에서 펼쳐지는 캐서린 언쇼와 히스클리프의 사연은 러브스토리의 껍질을 뒤집어쓴

일련의 막장 복수극이다.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는 한 가정에서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 서로 죽이 많는 단짝이었다.

그러나 태생부터 캐서린은 주인 집의 소중한 여식인 반면, 히스클리프는 근본도 알 수 없는 '굴러온 돌'과 같은 존재였다.

결국 둘의 사랑은 엇갈려, 캐서린은 언덕 아랫집의 온화한 성격의 에드거 린튼과 결혼하고 히스클리프는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이 된다.

 

자, 이런 상황에서 떠났다 3년 만에 돌아온 히스클리프..

복수심은 캐서린을 만나 환대를 받자 눈 녹듯 사라지고,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는 다시금 예전의 감정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그에 대한 절절한 표현이 맨위에 언급한 캐서린의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라는 나름 유명한 대사이다.

요즘 드라마로 치면 '내 안에 니 있다'정도 될까.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 라는 말은 그저 사랑고백이라기보다, 캐서린의 절규처럼 느껴졌다.

어릴 때부터 야성녀처럼 방목된 캐서린은 언덕 아랫집 '드러시크로스 저택'에 발길을 들여놓으며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성은 거세되고, 히스클리프와 그저 뛰노는 것만으로 자족하던 것에서 부와 명예를 욕망하기 시작한다.

 

에드거와 결혼한 캐서린은 겉으론 아무 문제없다. 너무 평온해서 탈일 정도. 아닌게 아니라 정말 그렇다.

태생이 야성적인 그녀가 스스로 선택해 들어간 안락한 동물원은 감옥처럼 자신을 옭아매고,

이 평온한 감옥에서 그녀는 서서히 히스테릭해져 간다. 말하자면 존재가 분열을 겪는다고 할까.

 

그때, 짠하고 등장한 히스클리프! 오오, 히스클리프! 나의 어린 시절을 함께한 야생의 벗이여!

자신의 고향과도 같은 존재가 등장했을 때 느낄 수 있는 환희가 바로 캐서린이 부르짖은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

담겨 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러나 동시에 다시 돌아갈 수 없기에 환희는 곧 절규와 다름없었다.

이 지점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막장 복수극이 시작된다.

 

왜냐하면 캐서린 그녀가 예전과 한참 달라져 있듯, 히스클리프 또한 예전의 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첫사랑은 나이먹어 재회하지 말라는 격언이 있건만, 하지 말라면 꼭 하는 애들이 있기에 사단이 난다..

 

다시 만난 첫사랑. 첫사랑이라 하긴 너무 멀리 와버린 그들.. 이것이 비극이다. 그 후에 벌어진 일은

매주 월요일 7시 [문리수] 세미나에서 알 수 있습니다.. 커밍순..

Posted by 지장보리
,

어제 고명섭 작가의 '니체 극장'을 완독하고 적어본다.

 

이 책은 정말 엄청나다. 니체에 대한 훌륭한 평전인 동시에 니체 학문으로 들어가는 입문서이자 집대성이라 할 수 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다..를 생짜로 읽고나서, '이게 뭔말이야..?' 하면서도 슬그머니 고양되는 기분이 느껴졌는데,

'니체 극장'을 읽고 나서는.. 그저 전율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니체의 정신 붕괴의 그 순간이 자꾸만 떠오른다.

채찍을 얻어맞는 말의 목을 감싸는 그 순간..이.

 

그러면서 왜 나는 눈물이 치밀어 오르는 것인가..

 

초인을 지향하지만 그 자신은 너무나도 연약한 인간이었던 니체.. 그 간극에서 오는 분열과 심연이 그저 아득하기만 하다.

'일상잡감(日常雜感)'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학. 밑줄의 욕망  (0) 2024.02.28
가난한 사람들  (0) 2020.07.29
중요한 것은 때(時)를 아는 것이다  (0) 2010.10.27
일상잡감 런칭!  (0) 2010.07.05
감정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방법 Q&A  (0) 2009.12.07
Posted by 지장보리
,

일상을 독서로 가지런히 한다.

 

여러가지 상념으로 어지러워진 마음을 가라앉히고자

도스토예프스끼 전집 읽기에 착수했다.

 

오래 전 부터, 읽고 싶었던 러시아 문학.

그리고 도스토예프스끼. 

 

벌써 어제 오늘 이틀에 걸쳐 한 권 마무리했다. 도 선생님의 출세작인 '가난한 사람들'이다.

 

굉장히 술술 읽히는 책으로, 저자의 필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덕분에 꽤 오랜만에 집중할 수 있었으며, 그렇게 온전히 집중한 시간이 참으로 소중하게 다가왔다.

 

등장하는 두 인물, 제부쉬킨 아저씨와 바르바라 양.

 

가난한 사람들이란, 물질적 가난일수도 있지만 어쩌면 정신적 허덕임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내 정신과 마음을 오랜 시간 그저 흩뜨려 버림으로써 정신적 빈곤의 수렁에 스스로를 방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로 시작하기를 참 잘했다.

 

이렇게 안하던 포스팅도 하게 되고, 벌써부터 마음이 풍요롭다.

 

다음은 저자의 두 번째 작품인 분신을 읽어보련다. 보통 도서관에서 빌려보는데, 도스토예프스키 책은

한 권씩 구매해서 보려고 한다.

 

이제 주문하러 고고싱~

 

'일상잡감(日常雜感)'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학. 밑줄의 욕망  (0) 2024.02.28
니체 극장  (0) 2021.05.01
중요한 것은 때(時)를 아는 것이다  (0) 2010.10.27
일상잡감 런칭!  (0) 2010.07.05
감정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방법 Q&A  (0) 2009.12.07
Posted by 지장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