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요

'짐은 곧 국가니라!' 라는 말로 유명한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 그가 왕위에 오르고 난 후 일으킨 숱한 전쟁으로 인해 프랑스는 약 50여년에 걸쳐 유럽 국가들의 '공공의 적'이 된다.

 

루이 14세 최후의 전쟁, 스페인 왕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도박이 18세기의 출발과 함께 시작되었다.

프랑스 & 스페인 & 바이에른 VS. 나머지 유럽 국가들. 이런 구도로 진행된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1714 : 더 케이스 오브 더 카탈루냐 게임 표지



2.판세와 맵

이 게임은 프랑스와 동맹군 사이의 양자 대결이 아니다. 이 게임에서 프랑스는 그야말로 공공의 적으로써,

플레이어들은 동맹군을 각각 플레이한다. 최대 5인까지 지원(영국,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사보이 공국, 포르투갈)하며 협력 게임..을 빙자한 협잡과 딴지 플레이가 횡행한다. 실제 유럽 역사가 그랬듯이.. 아 아름다운 전통이여.

 


파랑/검정이 프랑스(부르봉)진영. 빨강이 동맹군 진영

 


게임 맵. 각 나라의 문장이 보이는가? 탐스러운 프랑스 땅으로 진격하라~!

 

 

3.게임의 주요 특징


 개념

-플레이어들은 동맹이기 때문에 서로를 공격할 수 없다. 그럼 어떻게 협잡과 딴지 플레이를 하느냐? 여러분들은 자신의 차례에 카드 플레이를 통해 프랑스(부르봉)군을 운용할 수 있다. 그래서 뭐 어떡하냐고? 어떡하긴.. 동맹군을 공격하라!! '공공의 적'인 프랑스는 AI(인공지능)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플레이어 각각이 조종한다. 여기서 플레이어들 간에 협상과 뒤통수 치기와 같은 외교적 요소도 부가적으로 발생한다.

 

'어이 영국 왕, 내가 리소스(자원) 줄테니, (프랑스 군 움직여) 오스트리아 좀 공격해',

'무슨 소리! 네덜란드가 1등인거 같은데, (프랑스 군을) 플랑드르 지방으로 옮겨야지'


이것이 이 게임의 주된 재미 요소다.

 

액션

-카드 한 장을 뽑아 이벤트로 쓰거나 액션 포인트로 사용할 수 있다. 액션종류는 이동, 징병, 전투, 리소스 획득, 전쟁의지 증가 등 5가지다. 이 가운데 이동, 징병, 전투는 전쟁 관련 액션으로 전쟁의지가 '휴전' 중이면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전쟁의지 레벨을 잘 관리해야 한다. 턴 순서에 따라 앞선 플레이어가 액션 종류를 선점하면 그 액션은 선택할 수 없다. 

-전투 액션은 매우 심플하게 인접한 프랑스 군 큐브를 제거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게임을 해보면, 나의 액션이 다른 동맹군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굳이 뭘 남 좋으라고 전투해?' 하며 수수방관하는 경우가 허다.. ㅋㅋ

 

승리조건

-게임의 종료시점은 2가지로 나뉜다. 프랑스가 탈탈 털려 프랑스 군사 큐브가 지도 상에 특정 갯수 이하로 감소했을 때 혹은 바르셀로나 요새가 함락되었을 때. 그런데 어떻게 종료되느냐에 따라, 승점 획득 요건은 확연히 달라진다. 승점 지역이라고 먹어봤자, 해당 종료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나가리 되기 때문이다.

 

게임이 시작할 때, 각 플레이어들은 히든으로 주요 목표카드를 받는다. 이 카드에는 특정 지역이 적혀있으며, 해당 지역을 점령하면 2배의 승점을 받는다. 따라서 동맹국들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프랑스를 탈탈 털거나 혹은 바르셀로나 요새가 함락되게끔 유도하는 등 외교 술책을 구사해야 한다.

 


게임 플레이 from geek

  

컨세션

-컨세션은 '양보', '양여'라는 뜻으로 해석되는데, 대략 전쟁 중에 서로 조약 맺고 강화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그 결과물로 각국은 땅을 갈라먹는다. 이 게임의 특징이 바로 컨세션 페이즈인데, 해당 페이즈가 발동되면 프랑스와 동맹군은 잠시 협정을 맺고 컨세션(양보할 땅)을 협의한다.

컨세션 카드가 깔리면 플레이어들은 전쟁의지가 높은 순서대로 원하는 카드를 가져간다. 전쟁의지는 액션으로 리소스를 소모해 올릴 수 있는데, 비용이 상당하다.

 

흥미로운 것은, 컨세션 카드에 VP(승점)가 적혀 있는데 그 승점 숫자만큼 전쟁의지를 낮춰야 한다. 즉 땅을 할양받았으니 전쟁의지도 감소한다는 의미이다. 전쟁의지가 쭉쭉 떨어져 Not at War(휴전) 상태가 되면, 해당 플레이어는 다시 전쟁의지를 높이기 전까지는 전쟁과 관련된 액션을 할 수 없다(이동/징병/공격 불가). 

 

게임을 해보면 전쟁의지가 떨어진 국가를 고사시키기 위해, 다른 플레이어들이 전쟁의지 액션을 선점해버리는 흐뭇한 광경이 벌어진다.. ;; 승점 몇 점에 유혹되어, 강제로 평화모드가 지속되면 손 빨고 지켜보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냉혹한 국제관계에는 자비란 없다, 노 머시!

 


카드 종류 from geek

 

 

4.레퍼런스



유럽의 근세 국제정치 구도를 깔끔하게 설명한 책으로 역덕과 워겜러에게 추천.

안 읽어도 상관없지만, 알고 하면 더 재미난게 워게임. 대략 버진 퀸-30년 전쟁-9년 전쟁-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마리아(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프리드리히(7년 전쟁)의 시대를 커버함.

 

 

5.전반적 인상

-워게임+유로게임의 자원 관리 요소를 합친 하이브리드

-쉬운 룰, 카드 텍스트로 시대적 느낌을 잘 구현함

-내가 직접 열강을 운영하며 외교를 수행하는 기분

-다인플 워게임으로 신선한 포지션

 



Posted by 지장보리
,



1. 개요
그레이트 게임은 19세기 빅토리아 여왕의 영국과 차르 치하의 러시아 간의 중앙아시아 쟁탈전을 다뤘다.
지금의 아프가니스탄을 중심으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카슈가르, 투르크메니스탄 등이 게임의 주 무대이다.
현재 기준에서도 매우 생소한 이곳의 역사와 지리환경은 19세기 말에는 그야말로 미지의 영역이자 서구문명이 침탈하지 못한 세계였다.

 

 

    [19세기 당시 아프가니스탄/페르시아 일대 지도]    

 

 

                         [게임 맵]

 

 

2. 왜 '그레이트 게임'인가?
그레이트 게임은 영국 장교(라고 쓰고 공작원이라 읽는다)인 아서 코널리 대위에 의해 유명해진 말이다.
19세기 당시 영국과 러시아는 나폴레옹이라는 공동의 적에 맞서 표면적으로 동맹관계였으나, 그 이면에는 중앙아시아의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관계였다.
아시아의 부의 원천인 인도를 식민지로 삼은 영국과 그것을 호시탐탐 노리는 러시아의 긴장관계 속에서,
그 사이에 자리잡은 중앙아시아 일대는 어느쪽이 영향력을 선점하느냐에 따라, 

인도로 가는 길을 열거나 혹은 막을 수 있었다.


그래서 중앙아시아 '칸국'들에 양국의 젊은 장교들이 파견된다. 그들의 임무는 '칸국'을 자국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비밀사절 혹은 지리적 환경을 측량해 지도의 빈자리를 채워넣는 탐험가 역할이었다. 

이들이 중앙아시아 일대에서 벌인 약 40년간의 모험과 암투이자, 

명예를 한 손에 거머쥐거나 혹은 이름모를 사막에 파묻혀 사라질지도 모르는 투쟁을 이른바 '그레이트 게임'이라 칭했던 것이다.

 


                                       [게임 컴포넌트]

 

*칸국 : 한국(汗國)이라 읽기도 하며, 칸에 의해 다스려지는 나라를 가리킴.

 

 

3.게임의 주요특징
2인 최적의 카드 드리븐(Card-Driven) 워게임이다. 
양 플레이어는 영국과 러시아를 각각 플레이한다. 게임종료 시점에 더 많은 영역을 컨트롤 하는 진영이 승리한다.

표면적으로 동맹국이기 때문에, 영국과 러시아 군대는 서로 직접적인 무력충돌을 벌일 수 없다. 

따라서 게임의 양상은 칸국을 이용한 '대리전'흐름으로 전개된다.
(유일한 예외는 카드 이벤트중 '크림 전쟁'을 발동시켰을 때만 가능하다. 실제로 그레이트 게임 기간 중, 크림 전쟁이 발발하여 양국은 충돌한다)
황혼의 투쟁이 전투유닛이 없는 영향력 기반으로 자본vs공산진영의 대리전을 치뤘다면, 그레이트 게임에는 전투유닛이 존재한다.

 

-이동
대리전이기 때문에, 여러 중립 칸국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게임의 핵심이다.
자신의 편으로 포섭하는 방법은 일단 군대를 파견해 정복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중앙아시아의 혹독한 사막과 거친 자연은 군대의 발길을 쉽게 허락치 않는다.
이동한 병력이 10이면 사막을 지날 경우에 두 개의 주사위 굴림 후 -1보정을 한다. 만약 주사위가 합계 7이 나오면 -1하여 6이 결과값이다. 
이때 병력 수 10에서 결과값 6을 빼면 나오는 4가 사막행군 중 낙오하거나 사망한 병력의 수다. 즉 사막 행군 후 남은 최종 병력은 6(=10-4)이 된다.

 

아무 생각없이 대규모의 군대를 이끌고 칸국을 정복하러 간다? 사막의 해골이 될 것이다. 
실제로 당시 러시아군이 칸국 중 하나인 히바(Khiva)를 점령하러 보낸 군대가 사막에서 허우적대다 적과 싸우지도 못하고 퇴각한 참담한 사례가 있다.

 


        [오렌부르크 기지를 출발하는 러시아 군대. 사막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외교
그래서 이 게임은 단순히 병력을 뽑아 밀고 들어가는 진격 작전이 쉽지 않다. 아니 어쩌면 정복 작전 자체가 비효율적일 수 있다. 정복 말고도 효과적으로 칸국을 포섭하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 '그레이트 게임'에 참여했던 '선수'들이 등장하게 된다.
게임에선 군대 유닛 외에 특수 유닛이 있는데, 리더 혹은 Officer(장교) 유닛이다. 이들이 앞서 언급했던 양국의 젊은 장교들로써, 실제 역사상에 존재했던 실존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리더 유닛은 두 가지 능력이 있다. 택틱스(전술) 레벨과 디플로머시(외교 혹은 공작) 레벨이다.
전술 레벨은 전투때 영향을 미치고, 외교 레벨은 칸국을 포섭하는데 작동한다.

당시 전제국가였던 칸국들은 예측불허의 존재로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변덕이 심했다. 러시아 편에 붙는 듯 하면서도 영국 편에 서고, 우리 편인데도 어쩐지 미심쩍은 뭐 그런 존재여서 동맹국으론 전혀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이런 칸들을 상대로, 양국의 선수들은 매우 어려운 외교임무를 수행하러 파견된다. (뭐 어차피 회유와 협박 같은 공작이지만..)

 

게임에선 카드 이벤트 발동으로 요원이 보내진다. Emissary(밀사 혹은 특사) 카드 이벤트를 사용하면, 자신의 리더 유닛 1개를 선택해 원하는 칸국의 수도로 파견할 수 있다. 이 과정은 매우 간단히 설정되어, 주사위 굴림으로 5이상이 나오면 칸국은 포섭된다. 
이때 리더 유닛의 외교 레벨이 주사위 굴림에 +보정을 한다. 파견된 유닛의 외교 레벨이 2이면 +2보정을 가해 주사위굴림이 3이상만 나와도 성공이다.

그러나 이때 상대방이 리액션 이벤트 발동으로 Spoiler(훼방꾼) 카드를 사용하면, 상대방 역시 자신의 리더 한 개를 파견해 훼방을 놓는다. 훼방은 역시 훼방놓는 리더의 외교 레벨을 상대방 주사위 굴림에 -보정을 가하는 걸로 표현했다. 칸의 환심을 사려는 치열한 대결 끝에 승리한 쪽은 칸국을 대리국으로 삼으며, 상대 요원을 죽일 수 있다. 패배한 유닛은 게임에서 영원히 제거된다. (사막의 구덩이 속에 파묻히다!)

 


[부하라의 아미르를 설득하기 위해 영국의 코널리 대위와 러시아의 시모니치 백작이 맞붙다]

 

-반란
칸국을 대리국으로 삼거나 정복한다고 일이 끝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문제다. 대리국으로 삼은 칸국은 상대방의 Emissary 공작의 대상이 되며, 정복한 칸국은 더욱 무시무시한 반란(Rebellion)의 타겟으로 지목된다. 기억하라, 중앙아시아의 민족들은 매우 강인하고 투쟁적이다.. 우리편으로 여겼던 칸국들이 한 방에 홀라당 상대방에게 넘어가기 일쑤다.

 

정복당한 칸국에는 자신의 영향력 마커와 더불어, 불만(Discontent) 마커가 함께 놓인다.

피정복민들은 언제나 외국 침략자들을 뒤엎을 기회만 노리고 있는 게 당연하다.

이러한 불만을 이용해, 상대방 플레이어는 반란을 획책하고 유도하는 공작을 행할 수 있다.

반란 카드 이벤트를 사용해 정복당한 칸국을 지정하여, 반란 성공 주사위 굴림을 시도한다.
3이상이 나오면 반란은 성공하고, 반란군이 쏟아져 나온다.

 


[아프가니스탄을 무력 침공한 영국군. 주민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러시아는 반란 공작에 착수하다]

 

-전투
반란군을 언급하기에 앞서, 기본적으로 이 게임의 전투 시스템은 좀 독특하다. 어떤 군대가 전투부대에 포함되어 있느냐에 따라 능력치가 천지 차이로 바뀐다. 생각해보면, 대영제국과 러시아 같은 신식무기로 무장하고 고도로 훈련된 열강의 군대와 칸국의 병사들은 실질적으로 비교불가의 전력차를 보인다.
그것이 게임에 반영되었다. 전투는 병력 수에 전투 주사위굴림을 뺀 수치가 상대방에게 가하는 타격값이다.

자신의 병력이 10이고 전투 주사위굴림이 3이면 그 결과값인 7이 상대방이 입는 피해값이다.

 

그렇다면 전투 주사위 굴림이 낮게 나오는 것이 전투에 현저히 유리할 것이다. 앞에서 전투 주사위가 1이 나오면, 상대방이 입는 피해는 9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바로 열강 군대의 강력함과 칸국의 허약함을 게임 시스템상으로 설정했다. 열강(영국과 러시아 군대)은 전투 주사위를 오직 1개만 굴리는 반면, 칸국은 무려 3개를 굴린다. 설상가상으로 더 적은 전투 주사위를 굴리는 진영 측이 선제타격이다.

 

10의 영국군과 15의 칸국이 맞닥뜨렸다. 10의 영국은 전투 주사위 한개로 4를 굴려(10-4) 6의 데미지를 칸국에 가한다. 칸국은 남은 9의 병력으로 공격한다. 3개의 전투 주사위 합계가 최소8이 나와야 겨우 1의 데미지를 영국군에게 가할 수 있다. 오 마이 갓!

이렇게 사실상 게임이 안되는 싸움이지만, 상대 열강이 이를 두고만 보지는 않는다. 이른바 영웅(Hero) 카드 이벤트의 발동이다. 열강은 전투 주사위 1개, 칸국은 3개를 굴리는데, 칸국에 열강의 리더 유닛이 포함되어 있으면 2개를 굴린다. 바로 '군사 고문'의 역할이다.
실제로 아프가니스탄 영역에 있는 헤라트(Herat) 칸국을 러시아가 침공했을 때, 헤라트 요새 안에는 영국인 장교인 '헤라트의 영웅' 포팅어 중위가 공작과 측량 임무로 파견되어 있었다. 러시아의 영향력이 헤라트에 미치는 것을 우려한 포팅어는, 칸국의 병사들을 이끌어 철통같은 방어를 펼쳐 러시아 군대를 격퇴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설마 영국인 장교가 헤라트에서 군사 고문 역할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러시아 군은 처참히 퇴각하고 만다.

 

어쨌든 간에, 열강의 화력은 압도적인게 분명하다. 사막의 고된 행군과 적국 장교의 훼방을 뚫고 결국 칸국을 무력 정복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제 반란군의 타겟이 되는데, 이들이 무시무시한 까닭은 전투 주사위를 열강과 똑같이 1개만 굴리기 때문이다. 반란 카드로 반란군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2개의 주사위 굴림 합계만큼 등장한다.

 

오직 전투 1라운드에만 (아마도 기습 효과로) 전투 주사위를 1개만 굴리고, 그 다음 부터는 보통 칸국 병사들이 그렇듯 3개씩을 굴린다. 반란이 일어나면, 대개는 그 지역에 열강의 군대는 별로 주둔하지 않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 게임에선 병력 운용이 그렇게 쉽지 않다.

이런 상태에서 반란군이 습격하면 그저.. 학살.. 차라리 정복하는 것보다 대리국으로 삼는 게 더 속 편할 수 있다.
이런 점이 이 게임의 매력이라 본다. 직접 통치가 어려운 딜레마를 체험할 수 있다.

 


[헤라트에 침공한 러시아군에 맞선, 영국군 군사 고문 애벗 중위의 활약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세계의 지붕
세계의 지붕으로 알려진 파미르 고원. 그레이트 게임이 한창 진행되던 이 시기에도 열강의 손길이 쉽사리 뻗치지 못한 은밀한 세계. 게임에서 이 지역은 기본적으로 들어갈 수 없다. 왜냐? 아직 '발견'되지 못했기 때문.. 지도에도 그려지지 않은 지역이기에 그야말로 금단의 영역이다.

그러므로 Emissary 카드를 사용할 수도, 군대를 파견할 수도 없다. 오직 Ascend High Asia(세계의 지붕을 오르다) 카드를 발동시켜야만 비로소 출입이 가능하다.

 

게임에선 영국과 러시아 각각 2장씩의 Ascend High Asia 카드가 있다. 총 54장의 카드 덱에서 이 카드들은 총 4장(진영별 2장)이며, 덱은 매 턴 리셔플된다.
파미르 고원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기 위해, 험준한 산악을 훑고 다닌 탐험가의 심정으로 덱을 휘저을 수밖에.
운 좋게 2장의 카드를 먼저 찾아서 내려놓으면, 자신만 이 금단의 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러면 인도로 가는 길이 더 쉽게 열릴 수도, 인도로 오는 길을 막을 수도 있으리라.

 


[파미르 고원을 탐사한 조지 헤이워드와 인도인 비밀정찰대 '펀디트' 요원]

 

 

4.레퍼런스
게임인 '그레이트 게임'을 설명하며 책 '그레이트 게임'을 빼놓을 수는 없다.

'그레이트 게임'은 피터 홉커크가 저술한 '그레이트 게임'의 완벽한 시뮬레이션이다.

게임 디자이너가 피터 홉커크의 책을 오마주한 것처럼 느껴질 만큼, 책에 서술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게임 속에 그대로 녹아 있다. 그레이트 게임에 참여한 선수들의 모험과 영국과 러시아 양국의 치열한 암투가 게임 리더 유닛과 카드 이벤트에 적절히 반영되어 있다. 책 '그레이트 게임'은 그냥 읽어도 아주 매력적인 내용으로 가득하다. 이 게임을 즐기는 데 있어 책 '그레이트 게임'은 필수조건은 아니지만, 함께 즐긴다면, 200%의 즐거움을 안겨주리라 확신한다.

 


        [피터 홉커크의 책 '그레이트 게임']

 

 

5.전반적 인상
-간단한 룰로 역사적 느낌을 잘 살렸다.
-주사위가 난무하는 워게임과는 사뭇 다른 스타일의 대리전 워게임이다.
-중앙아시아의 척박한 환경을 이동 룰로 잘 살렸다
-생소하지만 매력적인 역사적 배경

Posted by 지장보리
,

5위 : 빅토리아 크로스 II (Victoria Cross II)



빅토리아 시대 대영제국과 아프리카 줄루 제국의 격전을 다룬 2인 게임이다. 이 게임은 줄루 전쟁의

이산들와나 전투와 로크스 드리프트 전투 시나리오로 나뉜다. (맵이 양면)

 

두 시나리오는 각각 판이하게 다른 성격을 지닌다. 이산들와나 전투가 개활지에서 벌어지는 기동전이라면,

로크스 드리프트 전투는 타워 디펜스 류의 성격을 가졌다. 따라서 전혀 다른 성격의 게임을 각각 즐길 수 있다.

 

창과 화살 등으로 무장한 줄루 족과 신식 무기로 무장한 대영제국의 격돌? 누가 생각해봐도 게임이 안될 것 같다.

실제로 당시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이산들와나 전투에서의 대영제국 패배가 야기한 충격은 엄청났다.

이 게임은 압도적인 병력으로 사방팔방에서 돌격해 들어오는 줄루족과, 화력은 월등하나 수적으로 소수인 영국의 심리적 압박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말그대로 사방팔방.. ㅋㅋ)

 

줄루 족의 병력은 거의 무한대로 설정되어 있으며, 병력의 히든 요소로 어디서 대규모의 군대가 튀어 나올지 모른다. 따라서 줄루 플레이어는 영국군 집중사격의 예봉을 피해, 병력을 블러핑 운용하는 것이 관건이다.

반면, 영국 측은 일제사격의 필살기(주사위 굴림개수*3)가 있으나 탄약이 부족하며(이산들와나 전투)

부상병들을 호송해 최후의 보루를 사수하며 아침까지 버텨야 한다.(로크스 드리프트 전투)

 

전장의 안개 요소가 극대화되어 있으며, 처절한 육박전+요새 방어전의 비대칭 전략을 만끽할 수 있는 워딩톤 게임즈의 명작이라 할만하다. 

 

 

4위 : 마리아 (Maria)


트럼프 카드로 상징되는 이 게임의 첫인상은 별로 좋지 않았다. 주변에서 들은 평들도 '워게임 같지 않다'라는 말이 많아서 그저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러나 게임 플레이 이후, 이 트럼프 카드로 진행하는 전투들이 진정 손에 땀을 쥐게하는 백병전의 그것을 연상시켰다.

 

첫 플레이 이후, 걍 껌뻑 반해버려 연달아 3판을 돌릴 정도로 이 게임은 엄청난 재미를 준다. 정치카드의 존재로 인한 게임 양상의 술렁임도 훌륭하고, 무엇보다 나에게 유리한 지역으로 적을 끌어들여 전투를 벌인다는 개념이 참 마음에 들었다. 이 게임은 '전술적 퇴각'이 상당히 중요하다. 손에 쥐고 있는 Reserve(예비대) 카드는 일종의 조커 개념으로 결정적인 순간에만 사용해야 한다. 이 카드를 승리를 위해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의 피해만 받고 후퇴하는데 쓰는 것이 어쩌면 더 효과적일 경우가 많다.

 

또한 전투에서 승리해도 전쟁에서 패할 수 있다. 3인 게임이기에 한 쪽을 너무 심하게 박살내면 다른 한 사람이 어부지리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두들겨 패도 너무 심하게 패면(?) 안 된다. ㅎㅎ

 

승리의 비극을 잇는 3인 게임의 역작이라해도 무방한 게임이다. 덕분에 같은 게임사에서 출시된 프리드리히도 구매하게 되었다. ㅎㅎ

 

 

3위 : 덩케르크 : 프랑스 1940 

(Dunkirk : France 1940)


올해의 혁신적인(innovative) 워게임이라 칭할 수 있는 게임.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배경으로 한 이 게임은, 어쩌면 다른 작전명이 붙을지도 모른다.

 

무슨 말인가 하면, 게임 시작시 독일군 플레이어는 6개의 작전 명령서 중 1개를 선택한다.

이 선택된 탑 씨크릿 명령서에 따라 독일군의 작전명령은 덩케르크가 될 수도, 아니면 프랑스 군의 소탕, 혹은 파리로의 전격전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이 명령목표를 연합군 플레이어는 알 수 없다. 그저 독일군의 이동과 행동을 살펴, 그것을 추론하는 수밖에.

명령에 따라 승점대상은 달라지며, 대부분 한끗 차이로 승부가 갈리기 때문에 독일군은 최대한 자신의 목표를 은폐하며 진격하고, 연합군은 독일군의 의도를 읽어내 철수+방어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플레이를 해보면, 블러핑 기동이 상당히 중요하며 표정을 잘 숨겨야 한다. ㅋㅋㅋ 

독일군은 한 턴이 아쉬우며 계획이 노출될까 애가 탄다. 연합군은 어차피 화력에선 상대가 안되고 도망치는 입장이지만, 오히려 느긋하다. 남은 턴 계산과 승점 체크 등 수 읽기가 정교하게 요구되며, 이 점에서 진짜 작전임무를 수행하는 느낌을 받는다. 

 

전장의 안개를 색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워게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블러핑에 약한 나는 금새 들통.. ㅎㅎ

 

 

2위 : 앙골라 (Angola)

올해 다양한 다인플 워게임을 즐겼지만, 가장 쇼킹하고 신선했던 게임이다.

아프리카 정글, 사바나, 고원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내전의 한복판에 있는 느낌이랄까..

 

2:2 팀플 워게임이라는 독특한 포지션에, 각종 무기와 용병들의 천국이었던 앙골라 내전의 테마를 잘 살렸다.

특히 다양한 무기들의 경연장이라 할 정도로, 전투기, 로켓포병, 전차, 지대공 미사일, 지뢰 등 다양한 무기 옵션이 있는데, 이것들이 복잡하지 않고 각 무기별 상성이 제대로 구현되어 있다.

이를테면 전투기를 띄웠더니 지대공 미사일이 날라오고, 전차가 진격하니 대전차포가 불을 뿜는 등, 카운터에 역 카운터 펀치가 난무한다.

 

다인플 워게임 고전명작은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1위 : 더 그레이트 게임 (The Great Game)

1위는 중앙아시아의 숨겨진 전쟁을 다룬 더 그레이트 게임이다.

이 게임을 하며 나는 문득 구한말 열강의 틈바구니에 끼어 신음하던 대한제국이 떠올랐다(뜬금..?).

 

이 게임의 주요 무대인 아프가니스탄, 페르시아 등은 영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이른바 '완충국'으로

먼저 먹는 자가 이 지역의 패권을 쥐는데 유리해진다. 따라서 영국과 러시아 양 플레이어는 사절을 파견해 협박하거나 혹은 군대를 이끌고 무력으로 점령해야 한다. 점령을 하면 무단 통치가 시작되며, 반란이 일어나면 무자비하게 진압한다.

 

게임을 즐기고나서, 가만 생각해보니 내가 플레이했던 영국과 러시아 등이 바로 동아시아에선 일본과 러시아(여기서도 러시아구만.. ㅋㅋ)였고 아프가니스탄이 대한제국이었구나 하는 자각(?)이 들었다. 왜 그들이 여기서 이렇게 패권 다툼을 벌였는지 게임을 통해 새삼 느끼게 되었고, 그것은 21세기인 지금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으리라.

 

암튼 게임을 통해 역사를 실감한다는 측면에서 대단히 특별한 경험으로 기억한다. 

19세기의 그레이트 게임은 미소 냉전으로 이어졌고, 그것은 21세기에도 진행형이다.

 

이런 점 외에도, 대단히 쉽게 배울 수 있는 2인용 카드 드리븐 게임으로 테마의 역사성에 몰입할 수 있다면 이만한 게임도 없으리라. 이 게임을 보다 재밌게 즐기는 방법은 피터 홉커크의 '더 그레이트 게임' (사계절출판사)을 일독하면 그 몰입감은 상상초월. ^^

 

당당히 올해의 워게임 1위에 랭크!

Posted by 지장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