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태음폐경혈가~ 1시간 반 동안 그저 소리 내어 읽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암송교실에서 시험은 안 보고, 읽기만 한다는 얘기에 안심했지요. 후훗, 저음으로 매력 있게 낭송해볼까? 자신만만함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쉴새 없이 이어지는 낭송에 오래달리기를 하는 것마냥 녹초가 된 K군. 아악~ 이건 악몽이야! 5시반 땡 하고 끝나자마자 K군이 부르짖은 한 마디는 ‘밥 안 먹고는 못 배기겠다!’ 정녕 낭송은 허기를 돋우는 양생술인가 봅니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습니다. 풍월! 풍월이라면 바람과 달, 허! 우주 자연 아닙니까. 이는 대단한 경지로다. 감이당 3년 내내 이렇게 낭송한다면 깔딱깔딱 금방 숨 넘어갈듯한 얕은 호흡도 복식호흡으로 바뀌고, 인문의역학의 비전을 송두리째 몸에 새길 듯.. 그런데 다른 분들이 어찌나 빠르게 낭독을 하던지, 입술에 침 바를 시간도 없더이다. 나중에는 서로 속도가 뒤죽박죽, 후렴 추임새, 화음이 연출되는 가관도 있었지요. 머릿속에 맴도는 ‘하야~’.

   감이당! 감이당주 고미숙 선생님과 세 분의 사범님, 그리고 전국에서 각양각색의 남녀노소가 남산골에 집결했습니다. K군도 그 중 한 사람입니다. K군은 글쓰기의 무공 비급을 전수 받으려고 몇 해전부터 감이당 주변을 서성거렸던 젊은이였습니다. 그러나 작년 대중지성 에세이 발표에서 호기롭게 내놓은 글이 ‘왜 이 글을 썼니?’ 한마디에 속절없이 무너져버렸지요. K군은 무공을 수련해 천하에 이름을 떨치고자 하는 맘에 불탔습니다. 그런데 명예를 추구하는 게 글쓰기의 목적이 아니던가? 그럼 왜 글을 쓰는 건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었지요. 방황 끝에 잠수를 타다 호된 꾸지람을 받고 돌아와 지금은 얌전히 지내고 있습니다. 마침 감이당의 첫번째 미션이 ‘왜 나는 글을 쓰는가?’이니 어찌 되었든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느낌이 듭니다. 왜 하는지 스스로 납득이 되어야 사부님들께서 은총을 내리실 터이니 말이지요.

글쓰기공작소한두줄만쓰다지친당신을위한필살기
카테고리 인문 > 독서/글쓰기 > 글쓰기 > 글쓰기일반
지은이 이만교 (그린비,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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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공작소에 그런 말이 있습니다. ‘왜 나는 글을 못 쓰지?’ 라고 생각하면
그 사람이야말로 ‘나는 왜 글을 못 쓰는가?’라는 주제를 다룰 수 있는 최적의 지은이라는 말. K군은 생각했습니다. ‘감이당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는 마침 수강하고 있고, 글로 옮겨 보고 싶으니 내가 적격이다!’ 그래서 불초한 글이나마 이렇게 끄적이고 있습니다. 감이당은 내가 경험하는 현장이고, 그 현장에 대한 글쓰기는 비전탐구의 영역입니다. 글쓰기로 현장을 깊게 사유함으로써, 현장에 개입해 마침내 장악해버릴 수 있을까요? 해봐야 할지요. 철학은 관념이 아니라 실천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철학은 명사가 아니라 ‘철학하기’의 동사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일단 써! 

그러니그대사라지지말아라
카테고리 시/에세이 > 장르시 > 현대시
지은이 박노해 (느린걸음,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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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장금 누나의 3조 첫 모임이 열렸습니다. (우리 조는 짝꿍 시스템이 도입된 첨단을 달리는 조!) 아직 서로 이름도 잘 모르는, 화기애매한 분위기에서 시 암송을 했지요. 다른 분들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저 외울 거 생각하느라 다른 분들 시가 잘 들리지 않더군요. 죄송! ^^; 제가 외운 시는 책의 제목인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였습니다. 수강생들 사라지지 말아라..로 들리는 건 어쩐 일인지.. -_-; K군 역시 3년 내내 사라지지 않고 꼭 생존을! 헛..
마치 뒤돌아보면 사라지는 데스 노트 같군요.. ;;

  요즘 M본부의 위대한 탄생을 챙겨 보는데, 5인 멘토들의 지적질을 지켜보는 건 참 색다른 경험입니다.
작곡가 방시혁의 독설 한마디에 시청률이 올라간다고 하던데 저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더군요. 자꾸만 멘토들이 고미숙 선생님이고.. 작살나는 참가자가 에세이 발표했던 저로 느껴지는지.. ‘이 노래를 왜 불렀어요?’는 ‘도대체 왜 이 글을 썼어?’로, ‘자기 색깔이 없다’는 얘기는 ‘글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겠다’로.. 음정 불안과 고음 삑사리는 오탈자, 비문 지적으로 느껴져 가슴에 콕콕 박혔습니다. 오디션 참가자들의 눈물콧물이 어찌나 이해가 되던지.. 어쨌든 위대한 탄생 멘토들의 말도 글쓰기와 비슷한 맥락이 있는 듯 합니다. 모창 습관에서 벗어나 곡 해석을 잘 했음은, 자기만의 시선으로 글을 쓴 것과 똑같지요. 이 두 경우를 비교해보면 글쓰기의 해답도 나올 수 있을까요? 그냥 웃고 떠들며 보던 오락 프로그램이 남 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당주님께서 연말 학술제 때 위대한 글쓰기 배틀을 하신다는데.. 하하~

  소녀시대, 우주대폭발, 투애니원 같은 아이돌 그룹이 탄생할는지!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글도 음반처럼 내보자!’  보이 밴드, 걸 그룹, 7080 그룹사운드가 자웅을 겨루는 쾌도난무 일격필살의 학술제전이 연말에 거행될지도.. 그때 준비해온 자신만의 평전 필살기로 좌중을 압도하거나 혹은 의인 열전, 누드 글쓰기 등의 초식으로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할지 기대됩니다. K군도 반드시 하나의 필살기를 마스터해 연말에 등장하겠다고 마음 먹으며.. 그럼 감이당 행자 생활 시작~

  행자 생활에 앞선 나의 다짐
1. 글은 시간 많다고 써지는 게 아님을 명심한다.
2. 책에 밑줄 그은 것, 강의내용 받아 적은 것 등등.. 이런 자료를 틈틈이 PC에 옮겨놓겠다. 
   분명 꽂힌 이유가 있다. 이걸 내 방식대로 그룹핑하면 그게 목차가 된다.
3. 글쓰기 꼭 해야 돼? 잘 안 써질 때 틀림없이 이런 거대한 저항이 밀려온다. 그냥 이런 마음은 내려놓겠다.
4. 삐져서 잠적하지 않겠다! --;;

Posted by 지장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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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용우 2012.02.08 17: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수유 플러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한번 가 보고 싶은데 갈 방법이 없나요?? 계속 인터넷을 뒤지다가 이제야 발견하였습니다. 연락한번 주십시요 010-2501-7908

  2. Favicon of http://mindseeker.tistory.com BlogIcon 지장보리 2012.02.09 13: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이쿠.. 이제 봤네요. 연락 드렸습니다~

  3. 박작가 2016.12.22 13: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은블로그안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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