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부터 돌리려고 맘 먹었던 게임인데, 이런저런 이유로 플레이가 미뤄졌습니다. 꾸준히 룰북을 정독했는데, 아무래도 해상 전투 테마는 처음이라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무척 낯설더군요. 기본적으로 해전에 대한 상식 자체가 없다보니, 이것이 게임에 어떻게 구현되는지도 알기가 어려웠습니다. 

 

전쟁사를 살펴봐도, 사실상 해전에 대한 이야기는 상세하게 알기가 어려웠습니다. 그저 배를 몰고가서 대포 날리고, 가까이 접근해 상대방 함선에 올라타 백병전 하는 정도가 아는 지식의 범위였지요. 그렇기에 선박은 어떻게 기동하여 포진하고, 적을 공격하는지 상상하기가 좀 어려웠습니다. 그저 쪽수가 많고 대포가 강하면 장땡 아닌가 싶기도 했지요.

 

Introduction

이 게임은 2010년에 발매되었으며, 1차 세계대전의 유틀란트 해전을 중심으로 대영제국과 독일 제2제국간의 해상 패권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게임 타이틀인 'Grand Fleet' 즉 '대함대'는 당시 영국 해군의 별칭이기도 했지요. 참고로 독일 해군의 별명은 'High Seas Fleet' 즉 '대양함대'라고 했습니다.

 

출판사는 L2 Design Group으로, 여기서 출시된 게임으로는 예전 아발론 힐의 'Breakout Normandy'를 재판한 디럭스 버전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게임도 2번 정도 해봤네요. 나름 재미는 있었지만, 조그마한 카운터를 다루는게 무척 불편했던 기억이 납니다. 게임성에 비해 편의성이 따라가지 못한다고 할까요. 그래서 리플레이성이 떨어졌습니다.

 

1차 대전 당시에는 거함주의라고, 거대한 함선을 많이 보유하는 것이 제해권의 척도로 여겨지던 시대였습니다. 이러한 거함을 '드레드노트'급 전함이라고 하는데요. 역사상 유일무이하게 이러한 드레드노트 급 전함들이 수십 척 맞붙은 해상결전이 바로 이 게임의 테마입니다. 그래서 전투 페이즈가 아주 압도적입니다.

 

Components

구성품은 도화지 맵 1장에 카운터 시트, 배틀 시트, 디스플레이 차트 등이 있습니다. 내용물에 비해 박스가 직사각형으로 길쭉합니다. 더 작게 만들면 좋았겠네요. 카운터도 큼지막하게 두툼합니다. 박스 표지에는 드레드노트의 인상적인 그림과 양측의 해군 제독 초상화가 실려 있습니다. 지도는 영국과 그 주변을 둘러싼 북해 일대의 해역, 독일 북부, 발트해를 아우릅니다. 해역은 에어리어 단위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각 해역마다 승점이 기재되어 있는데, 영국과 독일의 승점이 각각 다릅니다. (예:도버 해협- 영국1점 / 독일4점) 이 승점 해역의 비대칭성이 게임의 전략목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카운터가 꽤 많습니다. 처음 보면 분간이 잘 안됩니다. 특히 마이너 유닛(잠수함, 구축함)이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전함 종류가 이렇게 다양한지 이 게임하며 처음 알게 되었네요. 드레드노트, 전 드레드노트, 전투순양함, 경순양함 등등.. 아트웤은 전함의 실루엣을 바탕으로 그렸는데, 좀더 상세하게 표현했으면 어떨까 싶은 아쉬움이 듭니다.

 

맵, 카운터, 전투 시트. 디스플레이 카드

Gameplay

이 게임은 해역 통제로 승점을 얻는 방식입니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 해역 승점은 비대칭적입니다. 연합군(영국/미국/프랑스/러시아)은 독일에 비해 약 1.5~2배 가량의 전력 우위를 보유하고 있지만, 획득할 수 있는 해역당 승점이 독일보다 짭니다. 연합군이 아무리 많은 해역을 통제하더라도, 독일이 2~3개 통제한 해역과 비슷합니다. 따라서 연합군 함대는 분산될 수 밖에 없고, 여기서 독일 해군과의 균형이 성립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자, 연합군은 독일의 주력 함대를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닙니다. 대함대를 투입해 일거에 적을 격멸시키고자 하는 전술이지요. 독일은 되도록이면 피해를 최소화하고, 흩어진 연합군을 각개격파하는 전술로 대응합니다. 그래서 간혹 독일 입장에서 운이 없으면 대함대 간의 결전을 맞닥뜨리게 되곤 합니다. 바로 '드레드노트 대격돌'이지요.

 

양측이 같은 해역에 배치되면 전투 페이즈때 전투가 발생합니다. 전투 페이즈는 여러 단계로 나뉘는데요. 만약 해상에 기뢰함이 있다면 mine warfare segment를 수행합니다. 양측에 기뢰함은 기껏해야 1-2개 있는데, 일단 걸리면 그 위력이 무지막지합니다. 기뢰 폭발 여부를 일일히 체크하는데, 운이 없으면 수많은 함정이 전투하기도 전에 가라앉거나 퇴각해야 합니다. 물론 기뢰를 제거하는 소해정도 있습니다. 소해정 2개가 있으면 1개의 기뢰함 효과가 취소됩니다.

 

기뢰 체크는 어쩌다 일어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전투 페이즈의 첫 단계는 Search입니다.

 

-Search Resolution

함대의 편성은 개별적인 디스플레이 카드에 가림막을 이용한 비공개로 배치됩니다. 게임에는 따로 가림막이 없어, 마침 같은 1차대전 배경의 'Fields of Despair' 가림막을 사용했는데 무척 쏠쏠하더군요. 

 

디스플레이 카드에는 각 전투그룹(Battle Group ; BG)이 칸으로 구획되어 있고, BG는 전투함대와 Screen함대(정찰, 선발대 정도)로 분리됩니다. 전투함대는 실제 본 전투를 치르는 함대이고, Screen함대는 전투도 치르지만 각종 기능 또한 수행합니다. 아래에서 설명하지요.

 

아무리 많은 전투함을 끌고 기세등등하게 바다로 출격해도, 망망대해에서 함대간의 조우는 쉽지 않습니다. Search Value(SV)가 낮으면 전투를 할 수 없습니다. 상대방을 아예 발견조차 못하는 것이지요. SV가 높으면 적을 먼저 발견해서 가림막에 베일로 숨겨진 적의 전력을 알 수 있습니다. 적의 세부전력은 알 수 없어도 몇 개의 함대 카운터가 있는지 상대에게 물어볼 수 있지요. 이때 상대방 함대의 규모를 파악해, 싸움을 걸지 그냥 후퇴할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적 함대가 만만하면 한판 붙어보는 거고, 압도적이면 그냥 내빼면 그만이죠. 이 SV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Screen함대의 주요 임무입니다.

 

양측 Screen함대(잠수함 3점, 그외 1점) + AS(비행선) 점수를 비교해 우위에 있는 쪽이 Search의 승리자가 됩니다.

가림막을 설치해 함대 카운터를 배치한다 (가림막은 Fields of Despair에서 가져옴)

 

-Screen Resolution

Search를 하고 전투하기로 맘먹으면, 바로 전투함끼리 붙는 게 아니고 Screen 함대끼리 먼저 교전을 주고 받습니다. 메인 타이틀 전에 오프닝 매치라고 할까요? 여기서 승리하는 측은 전투함끼리 싸울지, 그냥 도망갈지 다시한번 선택의 기회를 갖습니다.

 

-Battle Line Resolution

이제 드디어 본 게임입니다! 드레드노트 급 전함들이 대거 1:1로 맞짱을 뜹니다. 한쪽이 숫자가 더 많으면, 많은만큼 한 줄을 더 세웁니다. 영국 12개, 독일 8개면 8개끼리는 1:1로 배치하고 영국의 남는 4개 함선은 2:1로 독일의 1~4번 함을 공격합니다. 이렇게 뒷줄에 배치된 선박은 공격받지 않습니다.

 

당연히 전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하지만, 전투 주사위 판정 덕분에 꽤나 스릴이 넘칩니다. 해전만의 고유한 향취가 느껴진다고 할까요. 일단 전투력만큼 주사위를 굴려 6이 나오면 hit인데, 이때 다시한번 주사위를 굴려 적중도를 판정합니다. 주사위 굴림이 적 함선의 방어력을 초과하면 침몰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5를 굴리면 disable이라고 기능고장을 일으켜 적 함선은 데미지를 입지는 않지만 급거 본국 항구로 퇴각하게 됩니다. 

 

어떨때는 적에게 데미지를 주는 것보다, disable 판정이 나오길 기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해역을 반드시 통제하기 위해서, 적의 숫자를 하나라도 빠르게 줄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전투는 한쪽이 전멸하거나 모두 퇴각할때까지 진행합니다. 

 

전투를 마치면 각 해역의 통제권을 결정하고 승점을 부여합니다. 승점은 줄다리기 형식으로 밀고 당기며, 최종적으로 6점 이상을 획득하면 승리합니다. (어드밴스룰에는 29점을 먼저 얻으면 서든 데스)  승점 부여 후, 독일군은 추가로 승점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바로 영국 상선을 향한 잠수함 공격 페이즈입니다. 영국의 주요 해역에 배치된 유보트 함대가 영국의 구축함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으면, 해역당 최대 2점을 획득합니다. 만약 무제한 잠수함전 어드밴스룰을 채택하면 4점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잠수함 공격 페이즈를 마치면 모든 해역에 있던 머물러 있던 함대는 항구로 귀환합니다. 이때 퇴각로가 차단되면 전부 수장됩니다. 무사히 돌아온 함대는 수리 및 재정비를 마치고 다음 턴을 위한 함대 재편성을 가집니다.

 

드레드노트 함대의 격돌

Length of Play

설명하는 시간 제외하고 3-4시간은 걸리는 것 같습니다. 아직 풀 게임을 돌려보지 못해 더 걸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Well written Rules

해전 테마가 처음이라 기본 개념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룰북에는 용어 정의가 상세하게 나와있지만 그래도 잘 모르겠더군요. 룰 자체는 양면 4페이지로 길지 않습니다. 전투 페이즈에 대한 예시도 상세한 편입니다. 그런데 중간에 오타와 빼먹은 문장이 있는데, 사소해 보이는 이 누락이 게임 이해를 정말 미궁에 빠뜨립니다. 긱과 컨심월드를 뒤져서 찾을 정도이니, 잘 쓴 룰은 분명 아닙니다. 가장 황당했던 것은, 게임 맵에 독일군이 절대 점령할 수 없는 해역에 승점 표기가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에 대한 해명아닌 해명이 룰 부분도 아닌, 룰 끄트머리 디자이너 노트에 적혀 있습니다. 이거 보고 분노가 용솟음치더군요..

 

Strategic-Tactical

게임은 다양한 전략-전술 옵션이 있습니다. 전투 페이즈에는 여러 선택지가 있습니다. 전투함의 격돌은 이 게임의 주요 핵심이지만, 잘못된 선택은 수많은 함대를 엉뚱한 장소에 머물게 해, 본국 항구로 돌아오지 못하고 전멸할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SV를 활용한 전술적 후퇴 기동으로 적의 발을 묶어놓을 수도 있습니다. SV 대결에서 지면, 전투 자체가 불가능함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바다는 생각보다 무척 넓습니다.

 

이 게임의 주요 시스템은 유닛의 비공개입니다. 적이 어디로 향하는지 모든 정보가 통제된 상태로 진행되지요. 유닛 카운터가 많이 놓여 있지만 그것은 얼마든지 블러핑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카운터 1개가 알고보니 수많은 함대를 품은 Battle Group일 수 있는 것이지요. 또한 승점 지역을 타깃으로 할 것인가, 적의 주요 전력을 타격하는데 주안점을 둘 것인가, 생각하면 할 수록 머리가 복잡해질테고 그것은 분명 즐거운 경험을 가져올 겁니다.

 

적의 카운터가 Battle Group(BG) 혹은 개별 함선일지는 알 수 없다

Accessibility

생소한 해전 테마, 룰의 불친절함, 비슷비슷해 보이는 카운터 그림, 카운터를 일일히 디스플레이에 정렬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분명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는' 덜 번거로웠습니다. 처음엔 엄청나게 번거로울 거로 짐작했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손톱만한 카운터를 정말 싫어합니다. 손에 잘 집히지도 않고, 깨알같은 유닛을 보는게 힘들더라구요. 그런 면에서 이 게임의 카운터는 큼직하니 좋습니다. 비슷해서 문제지..

 

Historic Flavour

사실 1차대전 함대전은 잘 모릅니다. 이 게임을 하면서 좀 찾아본게 전부지요. 해전에 대한 상식도 없어서, 이 게임이 실제로 그걸 잘 구현한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해전을 단순히 수적 우위에 따른 주사위 굴림으로 처리하지 않고, Search와 Screen 같은 룰로 전술적 옵션을 갖췄다는 면에서 높이 평가합니다. 또한 승점 해역의 비대칭성으로 당시 영국과 독일간의 제해권 투쟁을 잘 구현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드레드노트 급 전함들의 대격돌은 장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수십개의 전함 카운터들이 일렬로 마주보고 있는걸 보면 와우.. 전율이.. 그 느낌이 참 좋습니다.

 

Innovation

앞서 언급했듯, 전투 페이즈가 인상적입니다. 함대를 Battle Line과 Screen Line으로 구분해서 각각 특징을 부여한 것은 훌륭한 시도입니다. 느린 공룡이 빠른 포유류를 상대하지 못한다라는 개념이 마음에 듭니다.

 

What I like

-전투 세그먼트의 혁신성

-함대 전투 주사위 굴림 방식

-블러핑 요소의 극대화

-무제한 잠수함전 옵션

 

What I don't like

-잠수함과 구축함 카운터는 분간이 잘 안됨

-디스플레이 카드 배치의 번거로움

-불친절한 룰

-전투시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한다

 

Overall

비교 대상으로 고려했던 'Holdfast Atlantic'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옵션을 가졌기에 선택했는데, 괜찮은 결정이었습니다. 전략전술이 고착화되지 않고, 양 측면에서 모두 자유도가 높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리플레이성도 괜찮을 거라고 여겨집니다. 세팅과 정리가 조금 번거롭긴 한데, 신경쓰일 정도는 아닙니다. 전장의 안개 요소는 게임의 핵심이며 여기서 벌어지는 블러핑이 재미있습니다. 전략적 측면(기동)과 전술적 측면(전투)을 별개로 진행하는 느낌이 신선합니다. 종합 점수 별5개 중 4개.

Posted by 지장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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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창 빠진 게임 리뷰를 간략히 작성해보겠습니다.

홀드 더 라인(Hold the Line) 이라는 제목으로 Frederick's war라는 부제가 달려있습니다.



박스 전면



박스 후면



1.개요

게임 제목: 홀드 더 라인 : 프리드리히의 전쟁(Hold the Line : Frederick's war)

인원 : 2인용

플레이 타임 : 60~90분

난이도 : 쉬움


Hold the Line은 '전열을 유지하라!' 라는 느낌으로 해석되는데, 이 게임의 테마가 주로 라인 배틀(일렬로 죽 늘어서서 싸우는 방식)로 싸운 시대라 그런 것 같습니다. 멜 깁슨이 주연했던 패트리어트 : 늪속의 여우 영화를 보면 대략 감이 잡히실 듯. 게임하다보면 왜 전선을 꽉 잡으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쪽만 뚫려도 측면이 노출돼 위험해지거든요. ㅎㅎ



먼저 쏘는 자가 이긴다..!!



'홀드 더 라인'의 타이틀로 몇 개의 시리즈 게임도 있습니다. 오리지널인 '홀드 더 라인'은 미국 독립전쟁을 다뤘고, 확장으로 프렌치 인디언 전쟁이 있습니다. 또한 2018년에 출시된 최신판은 남북전쟁 테마입니다.



왼쪽이 홀드 더 라인 미국독립전쟁, 오른쪽이 프렌치&인디언 전쟁 확장



그리고 오늘 소개하는 프리드리히의 전쟁은 스탠드 얼론 게임으로 7년 전쟁을 다뤘지요. 이 게임도 확장이 있는데 영국 자코바이트의 반란을 다뤘습니다. 참고로 이 확장은 프리드리히의 전쟁과는 별개의 테마입니다. 확장인 이유는 맵 보드와 지형 타일을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왼쪽이 7년 전쟁 테마인 프리드리히의 전쟁, 오른쪽이 영국 자코바이트 반란 확장



2.게임의 주요 특징

일단 C&C(커맨드 앤 컬러스), 메모아44와 비슷한 전술 단위 워게임입니다. (제가 이 게임들을 해보지 않아 비교는 무리네요 ^^;) 보드판에 지형 타일이 깔리고, 각기 다른 능력을 지닌 군대를 이동시켜 적을 섬멸해 승점을 획득하는 방식이지요.



플레이 장면



처음 이 게임의 플레이 사진을 보고 별로 재미없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주얼적으로 딱히 아름답거나 어필하는 요소가 없더라구요. 뽀대 있는 미니어쳐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밋밋한 카운터에 휑한 보드판하며 한마디로 겉보기엔 점수를 높게 주기 어렵습니다. 제 취향이 멋진 지도가 있는 것을 선호하다 보니, 그냥 벌판만 있는 전술 워게임을 기피한 까닭이기도 했지요. C&C(커맨드 앤 컬러)나 메모아44도 같은 이유로 패스한 게임들입니다.


그런데 홀드 더 라인 : 프리드리히의 전쟁을 접하면서 이런 류의 게임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전술 단위 워게임의 매력을 느꼈다고 할까요.. 전략 단위 워게임을 할 때는 후방 최고사령부에서 지시를 내리는 참모총장의 마음이었다면, 전술 단위 워게임을 할 때는 전장에서 비바람을 느끼고 총칼 소리가 피부로 전해지는 지휘관의 심정이더군요.


즐겨 보는 국방TV의 '토크멘터리 전쟁사' 프로그램에서 최근 30년 전쟁을 주제로 방영했는데, 거기서 근세 유럽 전투의 세부적인 작전 전개 등을 묘사하는 것을 보며, '나도 한번 재현(시뮬레이션) 해보고 싶다!'라는 강렬한 욕구가 솟구쳤는데 이 게임이 딱 그 욕구를 해소시켜 주고 있습니다.



Facing(면)

일단 전투의 기본 중의 기본인 '우회해서 적의 측면 공격'의 공식이 잘 구현되어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영화만 봐도 서로 팽팽히 대치하다, 측면으로 기동해 적을 섬멸하는 것은 거의 정형화된 전술이라고 할 수 있죵. 워게임을 하면서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그렇겠지만, 이런 측면 혹은 후방 공격이 구현된 게임은 별로 못 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워게임에서 정말 재현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기습'과 '방향' 개념의 설정인데, 기습은 블록 게임의 '전장의 안개' 혹은 카드 드리븐 게임의 '비공개된 카드 핸드'로 어느 정도 구현했습니다. 하지만 '방향'의 개념은 정말 드물게 본 것 같은데, 이 게임이 그 '방향'의 느낌을 잘 살린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홀드 더 라인 : 프리드리히의 전쟁'에선 기본 룰과 옵션 룰이 있는데, 저는 무조건 옵션 룰 다 포함해서 플레이하길 추천합니다. 옵션 룰에 Facing 개념이 있기 때문에 전술적인 선택지를 훨씬 늘려주고 재미 또한 배가됩니다.


예컨대 서로 마주보고 대치한 상태에선 이점이 없지만, 측면에서 공격하면 공격 주사위 화력에 +1을 추가하고 후방에서 공격하면 +2를 부여하는 어드밴티지가 적용됩니다. 또한 이 게임이 '라인 배틀'의 시대 아니겠습니까. 이 시대적 느낌도 반영해 공격 유닛이 서로 인접해 있으면(라인을 이룬 상태), 적을 공격할 때 공격 주사위 1개를 추가로 굴릴 수 있습니다. 또한 '포위' 개념도 있어서, 적을 샌드위치시켜 앞뒤로 공격하면 공격 주사위 화력+1이 됩니다. 위의 어드밴티지들은 전부 누적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다양한 전술 옵션을 전개할 수 있습니다.





가운데 흰색 유닛은 특수 유닛으로 Facing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반보병일 경우 앞뒤로 포위되어 있고, 한쪽으로 후방을 노출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무지막지한 화력 세례를 받겠네요. 참고로 미니어쳐는 이 게임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


이러한 전술적 선택지가 다양하기 때문에, 이 게임은 꽤나 '자유도'가 높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작전을 계획해 실행해보는 것이죠.



AP시스템

기본적으로 액션 포인트(AP)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각 진영마다 AP를 부여받고 1AP당 1유닛을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이동과 사격은 1AP이지만, 보병의 Close attack(백병전)과 기병의 Charge(돌격)는 2AP로 비용이 비쌉니다.


비싼만큼 공격력은 강합니다. 단, 보병의 Close attack은 AP 비용을 지불하고 사기(MP) 체크를 통과해야 가능합니다. 사기가 높아야 돌격을 감행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리더 유닛의 존재가 중요합니다. 리더가 유닛과 함께 놓여 있으면 사기 수치를 더해줍니다. 지휘관의 일장연설로 장병들의 사기를 충천하게 만드는 것이라 보면 되겠네요.





파란색 프리드리히 리더 유닛이 보병의 사기를 올려 돌격을 명령합니다. 잘 안 보이지만 프리드리히의 지휘능력은 3이고, 보병의 현재 사기는 3입니다. 보정받아 6인데, 사기 체크 주사위 굴림에서 6은 보정과 상관없이 무조건 실패입니다. 따라서 1~5까지 굴리면 성공이죠. 이 상황에선 6을 굴려서 실패했습니다.. ㅎㅎ





기병의 Charge는 따로 사기 체크를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병 돌격은 적과 인접한 상태에선 할 수 없는 제약이 있습니다. 기병돌격은 추진력을 받아야 위력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일정 거리를 둬야 가능합니다. 우측 흰색 2짜리 중기병이 돌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중기병은 2칸 거리까지 돌격할 수 있습니다. 왼쪽의 파랑색 기병과 흰색 기병은 서로 인접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돌격할 수 없습니다.



SAND BOX GAME

샌드박스 게임 같다고 한 것은, '나만의 전투'를 만들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지형 타일이 주어지기 때문에 원하는 전투 시나리오를 구성해볼 수 있습니다. 기본 게임에는 시나리오가 8개인데, 7년 전쟁의 시대를 좋아하는 덕후들이 이미 많은 셀프 시나리오를 제작해 긱에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각각의 전투를 개별적으로 플레이하는 것인데, 7년 전쟁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즐길 수 있는 '캠페인 모드'도 제공합니다.


그리고 7년 전쟁보다 앞선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의 시나리오도 배포되어 있습니다. '마리아' 게임으로 알려진 시대지요.



3.레퍼런스





독일 제2제국의 역사학 교수인 한스 델브뤼크가 저술한 책입니다. 총 4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중 4번째 책이 근세 전투를 다루고 있습니다. 나름 희귀도서인데, 전투를 세부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근세 유럽 전투에 대해 관심있는 분이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4.전반적 소감

-5쪽 분량의 간략한 룰

-자유도 높은 게임성

-시대적 테마를 잘 살림

-짧은 플레이 타임으로 부담없이 즐길 수 있음

-자작 게임의 욕구를 불러 일으킴


Posted by 지장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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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린 전투에서의 참패를 계기로, 사방팔방에서 열강들이 프로이센을 노리고 쳐들어오기 시작했다. 한때 유럽의 패자를 자부하던 프리드리히 최대의 위기가 닥친 것이다. 캠페인 스코어는 1:2로 또다시 오스트리아가 우위를 점한 가운데, 프리드리히에겐 보헤미아 여러 지방에 흩어져 있는 군대를 안전하게 후퇴시켜 재집결하는 일이 급선무였다. 



가운데에 낀 프로이센의 앞날이 암울하다



하지만 이를 눈치챈 합스부르크 오스트리아의 레오폴트 거만 폰 다운 백작은 프로이센 군을 각개격파하기 위해 이미 대군를 출동시킨 후였다. 이에 프리드리히 대왕은 그의 충실한 벗이자 장군인 보리 폰 빈터펠트 중장에게 특명을 내려, 보헤미아 모이츠에 고립된 프로이센 군이 무사히 철수할 수 있도록 급파하는데..


이제 Frederic's War 캠페인 모드 제4막 '모이츠 전투'가 시작된다.


캠페인 현재 스코어

-프로이센(보리) 1 : 2 오스트리아(거만이)

-여러번의 다양한 전투 시나리오에서 3번 연속 승리하는 플레이어가 Major Victory (캠페인 즉시 종료)

-Major Victory를 아무도 달성하지 못하면, 시나리오 종료 후 더 많이 승리한 플레이어가 Marginal Victory



Battle of Moys(September 7, 1757)

-승리조건(프로이센 5 vp or 22턴까지 버티기 : 오스트리아 22턴 내 5 vp)


왼쪽 사진은 초기 게임 세팅, 오른쪽은 실제 작전지도(파랑색 프로이센 vs 흰색or붉은색 오스트리아)



이번 시나리오의 승리조건에서 조금 달라진 것을 느꼈을지 모르겠다. 지금껏 매번 전투에서 버티기만 하면 이길 수 있던 오스트리아가 드디어 공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오히려 프로이센이 수세에 몰렸다. 그도 그럴 것이 모이츠 전투에서 양측의 군사 비율은 두 배 차이다.


프로이센은 강을 방패막 삼아 요새에 틀어박혀 최소한의 손실로 위기를 넘겨야 한다. 5개의 유닛이 죽으면 전투에서 패배하고 오스트리아의 2연승을 허용하게 된다. 하지만 요새에 들어갈 수 있는 한도는 제한되어 있고, 부득이하게 나머지 유닛들은 요새 바깥에서 결사대 역할을 해야 한다. 이들은 적의 진군을 지연시키되 최대한 오랫동안 살아남아야 하는 반면, 오스트리아는 프로이센의 결사대를 제압한 후 신속히 요새 공방전으로 돌입해야 한다. 


한 타 차이로 결정될 모이츠 전투에 파견된 보리 폰 빈터펠트 중장은 전투보다 어렵다는 철수 작전을 과연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 그리고 그의 라이벌 레오폴트 거만 폰 다운 백작은 어떻게 토끼 몰이를 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오스트리아 군은 모이츠 마을(사진 우측 하단)에 버티고 있는 프로이센 분견대를 제압하기 위해 압박을 가하고 있고, 프로이센 경기병 연대는 북쪽과 동쪽으로 각각 적군을 교란하기 위해 출동하고 있다.



프로이센 특등 사수의 저격 솜씨에 오스트리아 군이 당했다



보병대는 기본 화력이 주사위 굴림 5~6이며, 2칸 거리는 6만 적중이다. 오스트리아 군은 한 방 먹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압도적 병력으로 포위망을 조여오고 있다. 프로이센 병사여, 최대한 시간을 끄는 것이 너희들의 임무임을 잊지 마라! 후퇴 금지, 절대 사수다!(어디서 많이 들어본 멘트인듯..)



질서정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철수 행렬



보리 폰 빈터펠트 장군은 요새 안으로 보병대를 일찌감치 철수시키고, 오스트리아 경기병대는 주변에서 호시탐탐 돌격 기회를 엿보고 있다. 기병 유닛이 돌격을 하기 위해선, 인접한 곳에 적 유닛이 없어야 가능하다. 위의 사진처럼 적 유닛과 붙어 있으면 시동을 걸 수 없다. (한 개의 보병 유닛으로 두 개의 기병을 동시에 견제하고 있다)



포위망을 좁혀오는 늑대 무리들



결국 최후의 저항 끝에 산화를.. T.T



프로이센의 경기병 연대는 최선을 다해 적을 교란했지만, 촘촘이 밀집해 들어오는 오스트리아 기병대에 의해 최후을 맞이하고 말았다. 이렇게 오스트리아는 차근차근 점수를 적립했으나 턴 종료는 점점 다가오고 있다.



우측 상단에 덩그러니 홀로 남은 프로이센의 경기병 1개 연대가 최후를 각오하고 있다..



강 건너 남아있던 프로이센 결사대는 전부 전멸했고, 오로지 경기병 1개 연대만이 마지막을 담담히 준비하고 있다. 나머지 군대는 모조리 요새에 집결해 있는 상태이다. 오스트리아는 경기병 연대만 제압하면 4점이며 이제 1점만 획득하면 이길 수 있다. 그러나 요새는 오직 다리로만 진입할 수 있기 때문에 처절한 백병전이 예상된다.



와라.. 이것들아.. 다리만 건너오면 아작을 내주갔어..



원래 기본 룰은 강 지형으로 진입할 수 있다. 그런데 매 시나리오마다 스페셜 룰이 있기 때문에, 이번 시나리오에선 사진의 강은 오직 다리로만 들어갈 수 있다. 따라서 다리로 돌격해야 하는데, 들어오면 총탄 세례를 감수해야 한다. 



무차별 포격을 가하는 오스트리아 군



과연 오스트리아 군은 다리로 섣불리 진입하지 못한다. 이대로 가면 게임이 종료될 판에, 사령관 거만 폰 다운 백작은 기발한 책략을 구사했다. 그것은 다름아닌 '대포 저격'. 대포 포격으로 프로이센 사령관을 저격하는 생각지도 못한 작전을 지시했다. 


이 게임에서 리더(사령관) 유닛은 전투 능력이 없는 대신, 함께 위치해 있는 다른 유닛의 사기 체크 수치를 올려준다. 또한 매턴마다 유닛의 사기를 1씩 회복할 수 있다. 리더는 공격을 받아 주사위 굴림 1이 뜨면 재차 주사위를 굴려 사망 체크를 한다. 이때 다시 1이 나오면 죽는다.


포격을 맞아 리더가 사망하면 승점 1점을 빼앗겨 패배하기 때문에, 프로이센 사령관 빈터펠트 중장은 황급히 영내로 몸을 숨기지 않을 수 없었다.. ㅎㅎ



이렇게 되는 수가 있다.. ㄷㄷ (사진은 실제로 저격당해 사망한 프로이센의 쉐베린 장군)



결국 요새에서 농성하다 턴 종료가 되어 프로이센의 승리로 마무리 되었다. 캠페인 현재 스코어 2:2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며 7년 전쟁은 장기화될 조짐이 엿보였다.


보리 폰 빈터펠트 장군의 탁월한 지도력으로, 프로이센 군은 잔존 병력을 큰 손상없이 본대와 합류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고립되어 있는 부대가 있었으니, 프리드리히 대왕의 외조카인 브라운 슈바이크의 공작 베베른이 브레슬라우에서 고전하며 오스트리아 군의 맹렬한 추격을 받고 있었다. 이들만 무사히 탈출하면 프로이센도 무시못할 전력으로 거듭날 수 있다.


쫓는 자와 쫒기는 자의 피할 수 없는 추격전이 브레슬라우에서 곧 벌어지리라..


끝으로 이번 모이츠 전투에서 활약한 빈터펠트 장군의 모습을 감상하며 마무리하겠다._(끝)



한스 카를 폰 빈터펠트(1707~1757) 장군의 동상


Posted by 지장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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