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문학과는 거리가 먼 인간이라고 말할 뻔 했으나, '삼국지'의 열혈 애독자로 출발한 유년기를 돌아보니 나의 즐거운 취미는 따지고 보면 문학이었다. 초등학교 시절에 삼국지만 5-6종 다른 출판사의 판본을 구입하고 달달 외우고 다닐 정도였으니 지금 생각해도 굉장한 열의였던 것 같다.

 

내가 '삼국지'에 빠지게 된 것은 그때 그 책이 마침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하지만 한편으로 내 안에서 그 책을 원하는 욕망이 없었다면 다른 책을 보거나, 아예 책을 가까이 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 나는 어떤 흥미와 욕망으로 삼국지를 그토록 추구했나 가만히 돌아보게 된다. 

 

독서를 하다보면, 밑줄을 치는 일이 종종 있다. 그것은 일종의 '시그널'과 같다. 문장이 내 안에서 요동치는 미지의 주파수와 공명하는 순간에, 나도 모르게 밑줄을 긋는다. 이것은 어느정도 무의식적 반응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밑줄에는 밑줄 친 자의 무의식 혹은 욕망의 단서가 담겨 있으리라. 다시 말하면, 밑줄과 그에 수반하는 메모는, 스스로를 재구성 혹은 재정의할 수 있는 탄약과 같다. 

 

그것을 긁어모아 거대한 무기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를 폭발시키거나 혹은 압축시키는 힘으로 말이다. 문학은 그렇게 인생을 변화시킨다. 삼국지 매니아 였던 이는 이제 다시 문학에 빠져 보련다.

 

각설하고.

이번 시즌1에는 영국의 황야에서 자라난 세 자매의 소설로 출발한다. 샬럿, 에밀리, 앤.

브론테 자매의 대표작을 연달아 읽으며 밑줄을 쳐보련다.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 - 민음사

샬럿 브론테 '제인 에어 1-2'  - 열린책들

앤 브론테 '아그네스 그레이' - 현대문화센터

 

같이 읽을 책 

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서간집) - 허밍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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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장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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