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천문사상 하늘의 역사

저자
김일권 지음
출판사
예문서원 | 2007-10-1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고대 동양의 천문사상이 지니는 함의와 그 역사과정을 여러 측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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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대의 시공간적 천문우주론

고대 중국의 천문사상은 하늘의 형상을 인간사와 매우 밀접한 상관물로 여기는 천인감응적 세계관을 대전제로 삼아 전개되었다. 한대에 들어오면 이 같은 세계관은 더욱 정교하게 이론화되어 활발하게 펼쳐진다. 여러 방면에서 천문 변화를 정확하게 반영하려는 시스템 개발에 노력을 기울인다. 그와 동시에 자연의 변화를 객관적 질서로만 기술하지 않고, 하늘과 인간세계가 동류로 돌아간다는 이념 하에 천문현상이 인간의 윤리적 태도나 군주의 통치 기술에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다각도로 규명하려 하였다. 즉 천문현상은 객관적 인식체계에만 머물지 않고 부단히 인간의 관심사로 확장되었던 것이다. 이것을 확립한 이론이 바로 천인감응사상이며, 그 대표적인 인물은 전한前漢의 대유大儒 동중서였다.

 

중국 고대의 천인감응 세계관

천인감응 세계관은 동양 천문사상이 가지는 이중적 태도를 결합시키는 주요 기저로 작용한다. 천문과 인문의 질서 원리를 일치시키려는 천인감응 또는 천지인 합일사상은 동중서에 의해 집대성된다. 그는 천지인 삼재가 하나의 통일된 원리로 운용된다는 맥락 아래, 사회제도의 성립과 역사의 전개과정이 천지자연의 구성 원리에 상응한 결과이면서 동시에 상응되어야 할 당위적 관계임을 보여 주려 하였다. 천지인은 만물의 생육 완성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협력자이며, 이러한 유기성 아래 인도人道는 천도天道를 실현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보았다. 왕에게 주어진 임무는 바로 덕교德敎의 실현으로 천도의 원리를 구현하는 것이었다.

천인감응론의 동류상응 이론은 도가의 원기元氣 관념과 유사한 일원一元을 근본 개념으로 삼았다. 이는 도, , 태역, 태극, 태일 등과 유사한 개념이다. 존재론의 제1원인을 인격신이 아닌 규범적 원리로 설정한 것에서 동양적인 지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동중서의 사상은 그 일원을 천문역법의 역원 성격과 연결지음으로써, 천인상응의 조건을 시간적 계기에 따른 자연 변화에서 구한 것이 특징이다. 일원은 모든 시간이 비롯되는 처음이요 책력의 출발점이며, 만물의 근본이요 귀일처로써 춘정월은 하늘의 뜻이 비롯하는 성스러운 계기로 이해되었다. 동중서의 춘추번로 전체에서는 춘하추동의 시간적 계기에 응하여 인간의 역사도 생양성장의 순환을 따른다는 도식이 강조되어 있다. 하늘은 시간의 변화로써 자신의 뜻을 인간에게 드러내기 때문에 인간은 자연의 절령 변화에 순응하는 삶을 펼쳐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럼으로써 군주는 천문 변화를 단서로 삼아 정치 교화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군왕은 열 가지 단서를 하늘에서 받는다. 즉 천지인, 음양, 오행 등 도합 10가지 단서는 천인감응 우주론의 골격이다. 천지, 음양, 오행에 인간이 더해져 완성되니, 그 인간은 바로 군주이다. 이는 곧 군주 중심의 천문 세계관을 강조한 것에 다름 아니다. 인도는 천도를 본받아 세워지며, 왕이란 글자는 천지를 연결하는 사람으로 풀이된다. 지도地道는 어미와 신하의 덕목으로 신信의 개념이 들어간다. 이 같은 이론은 맹자의 사단사상을 확충해 오상五常설로 확장되기에 이르며, 유가 인성론이 오행의 자연철학화되는 배경이 된다.


두 갈래 음양사상 : 유가의 상하 음양론과 도가의 좌우 음양론

동중서에게 음양은 선악의 가치를 대표하는 개념이다. 양존음비, 귀양천음, 배음향양적 태도로 상징된다. 음양에 대한 유가적 관점은 선악대립론과 계급론이라는 절대적 가치론으로 접근되어 있다. 반면에 노장사상에서 볼 수 있는 음양관은 상보적, 상대적 가치 개념이다. 이처럼 유가와 도가는 음양오행이라는 동일한 사상 기반을 공유하면서도, 서로 다른 관점으로 인해 양자가 운영하는 음양사상은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 유가는 음양을 상하 관계로 보았다면, 도가는 좌우 관계로 파악한 셈이다. 이는 첨예한 선악론을 내세우는 기독사상과 상호 연기성을 바탕으로 삼는 불교사상과도 대비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음양사상은 다분히 유가적 음양 전통에서 비춰지는 관점들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음양사상은 뭉뚱그려 논의되지만 그 속을 파고 들어가면 전혀 다른 관점의 세계관이 자리하고 있다. 유가의 음양이 사회적 질서를 추구하였다면, 도가의 음양은 자연적 조화를 지향하였다고 할 수 있다. 질서와 조화의 대구對句는 한대의 예악禮樂사상에서 바라본 예와 악의 지향성에 또한 정확히 대응된다. 사마천은 예는 인간의 외면에서 악은 인간의 내면에서 구현되는 데, 악은 같음을 지향하고 예는 다름을 지향한다고 보았다. 이후 악의 기능이 소략해지고 예는 비대해지며 두 관념 사이의 공존은 무너지고 만다.

동중서의 천인감응 사상은 존비적 음양관에 바탕한다. 이는 충효와 같은 통치이념을 뒷받침하며, 보편적 절대 원리로 위치 지워졌다. 그런데 여기에는 상하 질서의 조화와 견제라는 이중적 균형 원리를 동시에 실현하는 목적이 숨어있다. 천변지이에 대한 동중서의 해석 또한 존비적 음양사상에 바탕을 둔다.

춘추번로의 오행사상은 전국시대 추연에 의해 1차적으로 성립된 오행사상이, 2차적으로 진한 전후의 시기에 이르러 확장되는 국면을 맞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음양오행의 개념은 동중서의 천인감응론을 설명하는 중요한 해석기제로 활용된다. 그의 오행이론은 사시四時의 자연 변화를 매개로 하여 천인이 감응하는 구조이다. 오행을 매개로 천지인을 합일시키려는 동중서의 독창성은, 믿음을 중앙토에 배당시켜 오상과 오행을 일치시킨 점에서 발견할 수 있다.

오행이론에서는 상생설과 상극설이 함께 운용된다. 이는 동중서의 사상 가운데 윤리, 정치에서의 협력과 견제 논리로 취급된 개념이다. 상생론은 유가적 상하 질서체제를 유지하는 주된 논리적 도구로 원용되어 있다. 즉 충효의 관계 양식을 반영하는 논리 구조로 군신, 부자 관계는 하늘의 차서次序로서 주목되었다. 더불어 상극론은 세력간의 정치 균형을 요청하는 관계 범주로 서술된다.

다분히 음양가적이고 잡가적인 동중서의 사상이 대유로 평가되는 것은 음양오행의 우주론적 세계관을 수신, 제가, 치국의 방략으로 끌어올린 데 있다. 백성이 천하의 가장 귀한 존재이면서도 군주에게 충성을 다해야 하는 도리를 밝히고, 한편으로 천자를 견제하는 힘이 백성에 있음을 제시했다. 이러한 맥락들은 천인감응 세계관이 유가적 사회질서의 확립에 기여하는 의도가 있음을 보여 준다.

 

공간의 역사와 천문학 : 천문과 지리의 고대 사상사

중국의 천문체계는 북극 하늘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북극성과 북두칠성은 가장 대표적인 하늘의 지표이다. 중국의 천문학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하는 적도좌표계가 그 바탕이다. 중국 고대의 공간적 지리관은 산천의 중요도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지리 분류 형식에서 비롯한다. 이를 악진해독岳鎭海瀆이라 하며, 악진은 명산과 해독은 대천을 의미한다. 오악, 오진, 사해, 사독은 하늘의 별자리에 대응하여 땅을 대표하는 지표로서 제지 의례에 중요한 지리신위로 제사되었다.

지역을 방위별로 구역화하는 구주九州에 대한 논의는 <상서 우공>에 처음 등장한다. 여기서 나뉜 아홉 주는 오늘날의 산동 지역을 중심으로 세분된다. <우공>의 구주 관념이 제나라 지역을 중심으로 한 황화와 회수 범주 내외에 머물렀던 것이라 생각된다. 이 같은 지리관념은 진시황의 통일로 새롭게 정립된다. 중원 서쪽 지역의 산천들을 국가적 명산과 대천으로 편제함으로써 자신들의 지리적 세계관 속으로 흡수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한편 <산해경 산경>에서는 중국의 산천을 오방위 체제로 나누고 있다. 동서남북 4개 방위를 배합해 중국 경내의 오대구 26열 산악을 설명하였다. 일종의 사전류인 <이아>에서는 지리 분류 방식이 담겨 있다. 저지대 습지를 습, 큰 들판을 평, 넓은 평지를 원, 높은 평지를 륙, 큰 육지를 부, 큰 언덕을 릉, 큰 구릉지를 아라 칭하는 분류 체계가 실려 있다. 독→회→구→곡→계→천으로 세분하는 하천 분류법도 소개하고 있다. 그 외, 자연적인 섬과 인공적인 섬을 구분하면서 강 가운데 거주할 수 있는 것을 주, 작은 섬을 저, 작은 삼각주를 지, 작은 지를 지, 사람이 만들 것을 술이라 하였다. <관자>에서는 구릉과 산지 지질을 분류하였다. 구릉은 분연, 두릉, 연릉, 환릉으로 구분하였고, 산지는 현천, 복려, 천영, 산지림 등으로 구분하였다.

<우공>의 구주 관념은 중원 지역만을 포괄하며 이를 적현신주赤縣神州라 칭하였다. 이것을 확장한 것이 추연의 대구주설大九州說이다. <우공>의 적현신주 바깥에, 다시 이와 같은 구주가 아홉 개 더 있으니 중구주라 하며, 중구주바깥에 다시 이 같은 구주가 아홉 개 또 있으니 대구주라고 한다. 이 같은 설을 살펴보면 중국이란 말의 외연이 시대에 따라 점점 확대되어 갔음을 알 수 있다. 추연의 구주설은 남북조 시대에 비로소 주목된다. 중국의 실체는 중원이라 여기는 인식이 바탕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씨춘추 유시람>에는 <우공>의 구주에다 춘추전국시대의 제후국을 대응시킨 구주설이 실려 있다. 이것은 <우공>의 구주가 중국 각 지역을 구체화하는 기준으로 작용했음을 보여 주낟. 다만 <여씨춘추>의 구주는 <우공>에서 말한 양주 대신에 유주를 새로이 편제함으로써 진한 시대의 새로운 지리관을 담은 점이 눈에 띤다. 또한 지상의 구주를 하늘에 대응시킨 구야론九野論을 제창한 점이 특징이다. 천상을 지상의 들판과 같은 마당으로 보고 이를 중앙과 팔방위의 아홉 분야로 나누었으며 여기에 별자리 이십팔수를 배속하게 하였다. 이른바 천상분야론天象分野論을 개진한 것이다. 이는 지상의 근원을 하늘에서 찾으려는 천지합일적 사유의 흔적이기도 하다. 이 같은 천문지리 분야사상은 천문이 인문에 어떻게 이용되었는지 알 수 있는 이론적 기반이 된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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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장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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