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 쇠인데 쇠는 겉모습이 단단하고 차갑습니다. 여러분은 쇠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저는 ‘뒤끝 없는 의리파’가 먼저 생각납니다. 쇠는 창이나 칼 같은 날카로운 도구를 만드는데 사용됩니다. 단칼에 사물을 두 동강 내며 한치도 미적거림이 없습니다. 쇠의 ‘자르거나 끊는’ 특징은 의로움, 즉 의(義)를 상징합니다. 이처럼 쇠의 특징을 많이 품고 있는 사람은 대체로 결단력이 강하고 의리가 있으며 맺고 끊음이 분명합니다.

금을 상징하는 고전은 춘추전(春秋傳) 입니다. 오행대의는 ‘춘추전은 전쟁의 일을 모두 기록해서 의에 합당한 것은 드러내어 칭찬하고, 덕을 잃은 것은 책망했다’고 말합니다. 춘추전이 쓰여진 시대는 춘추전국시대로 약육강식의 법칙이 횡행하던 때였습니다. 대의명분이 땅에 떨어진 시대에, 엄격하고 논리적인 필치로 문란해진 세태를 바로잡고자 하는 의도로 쓰여졌습니다. 혁신과 개혁을 위한 서적입니다. 오늘날로 치면 법률서적이나 이를 테면 선언문과 유사한 논조입니다. 혁신의 방법에 법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법 대신 주먹이라는 말처럼, 총칼 같은 무력도 변혁의 수단입니다. 첨단 기술, 컴퓨터공학 등 기술공학 같은 책들이 이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법학, 기술(컴퓨터)공학 서적은 금(金) 기운이 많다고 할 수 있겠지요.

(金)는 수렴하는 에너지이며 음양의 양상이 있습니다. 도끼처럼 묵직한 양(陽)과 회칼처럼 예리한 음(陰)입니다. 이는 금기(金氣)의 종혁(從革)하는 성질이며, 경금과 신금의 차이입니다. 청동기와 철기의 발명으로 시대사적 변혁이 이루어진 것처럼, 기술의 진보는 이전 시대와 급격한 단절을 불러오는 요인입니다. 증기기관의 발명처럼 산업혁명을 이끌 수 있는 기술공학은 경금의 파괴력과 유사합니다. 반면 법률은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터치하는 면이 있습니다. 일상생활의 전 영역을 마치 회칼로 얇게 도려내어 판단하는 면에서 신금의 속성과 비슷합니다.

금은 가을을 상징하기도 하는데요, 가을철 나무가 한때 무성했던 이파리를 미련 없이 떨어뜨리는 모습이 맺고 끊는 게 분명한 쇠의 형상과 닮았기 때문입니다. 맺고 끊음이 가차없으면 뒤끝은 없겠지만, 자칫하면 심한 상처를 남길 수 있습니다. 때로는 냉혹하다는 평을 들을 수도 있지요. 결국 맺고 끊어도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쇠에서 비롯한 칼은 인간에게 매우 편리한 도구이지만 때로는 살상용 무기로 쓰이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기술공학, 컴퓨터, 인터넷 등 최첨단 기술은 그 자체로 좋다 나쁘다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간에게 약(藥) 혹은 독(毒)이 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의리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조직폭력배의 의리를 배울 수는 없듯이 말이지요. 과학기술이 날로 발전하는 21세기, 정의(正義)와 불의(不義)를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리하면 금 기운은 의(義)이며 종혁의 성질을 띠며 수렴의 운동 에너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법률·기술공학 등은 금의 성질을 대표하는 서적이라 할 수 있지요. 어떨 때 이런 책을 보면 좋을까요? 번잡하게 일상을 구성하는 이들에게 금 기운의 서적을 살펴볼 것을 권합니다. 잡념을 떨쳐버릴 수 있도록 추상 같은 질책을 주는 책, 문득 떠오르는 책은 노신(魯迅)의 잡문입니다. ‘노신의 검’이라는 별칭처럼 그의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정신을 바짝 들게 하지요. 산만한 몸과 마음을 조용히 다잡고 싶은 이들이 금 기운의 책과 만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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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장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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