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중학교 1학년생이 엘리베이터에서 8살짜리 초등학생을 칼로 찔러 죽였습니다.
언론에서는 이 일을 가리켜 사회의 윤리가 땅에 떨어졌다느니, 각박한 사회풍조를
한 목소리로 개탄하였습니다.

그 중학생은 어떤 이유로 자기보다 나어린 초등학생을 그렇게 상하게 하였을까요.

나비효과란 말이 있습니다.
오늘 북경의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내일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에서는 태풍이 인다는
작고 미미한 행동, 혹은 몸짓이 생각지도 않은 엄청난 결과를 낳는다는 의미로 사용되지요.

A씨는 아내와 아들을 둔 40대의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오늘, 그는 업무상의 착오로 직장 상사에게 불려갔습니다.

'이봐, A씨. 당신 이거 일을 제대로 하는거에요?' 책망, 무시
'아.. 죄송합니다.. 제가,, 잠깐 착각을 해서..' 당황, 민망
'이봐요 당신, 뭐하나 잘하는게 있어요? 이런 것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경멸, 더욱센 무시
'........' 수치, 분노
 
무척 심기가 불편해진 A씨.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하루 내내 상사로부터 받은 모멸감에 분을 삭일 수 없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그는 아내를 보자 대뜸 말하였습니다.

'아.. 남편이 왔는데,, 나와보지도 않고,, 뭐하는거야?' 짜증
'아.. 여보 무슨 일 있어요.. 갑자기..' 당황, 약간의 분노
'에이.. 집안이 이 모양이니,,,, 밥이나 줘!' 이어지는 짜증, 무시
'........' 모멸감, 분노, 어이없음

아내는 난데없이 남편이 내는 감정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뭐라 말을 붙여봐도 짜증만 내는 통에, 자신이 무슨 화풀이감인가 하는 느낌도 들었지요.
신경이 곤두선 그녀, 쌓인 감정은 이제 그것을 풀어버릴 대상을 찾으라고 종용하고 있습니다.
 
마침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이 밤이 늦어서야 돌아왔습니다.
엄마는 그러잖아도 화가 난 참에, 아들이 말도 없이 느즈막히 들어오는 것을 보고 말하였습니다.
 
'넌,, 왜 항상 늦게 다니니? 응? 엄마가 일찍 다니라고 했잖아?!' 화풀이 대상의 발견. '항상'이라는 구실을 붙임.
'제가 언제 항상 늦었어요..?' 항상 그렇다고 규정지음에 대한 반발심. 보자마자 야단부터 치는것에 대한 분노. 이해받지 못한 느낌
'얘가 어디서 말대꾸야?' 짜증, 트집
'.........' 분노, 어이없음
 
 열받은 아들.
 그 길로 아파트를 나섭니다.
 
 분을 참을 수 없던 아들은 엘리베이터 문짝이라도 부숴버리고 싶었죠
 그때 마침 초등학생 아이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습니다.
 아들은 자신보다 약한 그 아이를 칼로 찔렀습니다. 한번, 두번.. 그냥 화를 풀려고.
 
 나비효과.
 
 그 아이가 아무 이유없이 심심해서 칼로 찔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상사의 꾸중 한 마디가, 예기치 않던 초등학생 살해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이것이 인간세계에서 나타나는 나비효과의 사례 입니다.
 
 사람의 감정은 말과 행동을 통해 다른 이에게로 전염되는 성질이 있습니다.
 계속 돌고 돌아서 궁극적으로는 자신에게 돌아오지요.
 
 생각지도 않던 작은 마음씀이 때로는 큰 행복과 기쁨을, 다른 한편으로는 불행과 고통을 가져올 수 있음을 
 새삼 생각해보게 됩니다.

'일상잡감(日常雜感)'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형, 사랑이 뭐에요?  (0) 2008.12.18
글쓰기는 전쟁이다.  (4) 2008.12.17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며 살찌우기도 한다.  (0) 2008.12.16
내 마음은 김치찌개에요.  (0) 2008.12.11
꾸역꾸역 글쓰기  (2) 2008.11.22
Posted by 지장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