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전쟁이다. 전쟁에서 적 (敵)의 존재는 필연이다. 글쓰기의 적은 글감이다. '글쓰기는 전쟁이다.'라는 글감은 함락할 성채이다. 전투를 위해 화살같은 단어, 성문을 부술 수 있는 문장을 벼려왔다. 화살이 난무하고 투석기가 굉음을 낸다. 그것들이 성채를 향했나 아군을 겨눴나는 전투가 끝나봐야 안다.

전황은 소강 상태이다. 이따금 화살만이 지리멸렬하게 날아갔다 힘없이 떨어진다. 전장에는 짓밟힌 화살 조각이 수북하다. 이쯤 되면 전쟁의 목적을 잊게 된다. 왜 싸우는지 헛갈린다. 무엇 때문에 저 성채를 열려고 하나. 이 전쟁의 목적은 '글쓰기는 전쟁이다.'를 설득하기 위해서다. 전쟁만큼 글쓰기도 치열하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어렵다.. -.-;
수뇌진의 작전회의는 뚜렷한 대책없이 끝난다. 병사들은 동요한다. 전략과 전술, 임기응변 조차 마비된 듯 하다. 화살과 돌덩어리가 우리 편으로 마구 쏟아져 들어온다. 퇴각. 패배는 쓰라리고 오래 간다. 역사에서 패배의 기록은 남기고 싶지 않은 법이다. 쓰다 만 듯한 글은 치욕의 역사이다. 그래도 기록이 후일 승리를 하기 위한 거울이 된다면야.. 여기까지 썼는데 맘에 안들어 지워버리는 것도 아깝다.

주색에 빠진 군주가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듯이, 회사에서 일하지 않고 이렇게 딴 짓하는 글쓰기도 필연적으로 진다. 전쟁할 때는 전쟁에만 집중하라. 天地人을 나에게 유리하게 조성하라. 그래도 이길 확률은 반반이다. 천 (天)은 글을 꼭 쓰고 싶은 마음의 울림, 지 (地)는 글쓰기에 유리한 시간과 공간, 인 (人)은 인용문에 써먹을 사람들로 정리해본다.

오늘은 지리의 중요성을 생각지 못해 덤벼들다가 참패한 꼴이다. 전투를 하려면 보급이 원활해야 한다. 풍부한 사례와 쓰고 싶은 이야깃거리가 넘쳐나야 한다. 보급이 끊기면 전쟁을 할 수 없다. 지리적 여건이 열악하면 보급이 여의치 않다. 굶어 죽는다.

기억할 것.
글쓰기라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요건.
1. 천시 : 쓰고 싶은 주제와 단서 메모. 전쟁의 목적이 모호하면 이길 수 없다.
2. 지리 : 방해받지 않는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 확보. 회사에서 딴 짓하지 말라.
3. 인재 : 인터넷, 책, 이웃 블로거들. 영감을 주는 원천.
4. 보급 : 일단 많이 써라. 화살이 쌓일 수록 이길 확률은 높아진다.

Posted by 지장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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