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케포이필리아 1, 2기를 뒤로 하고 몸+드라망 세미나에 접속했다. 몸+드라망? 몸(신체)과 불교용어 인드라망엮은 낱말이라 한다. 그 뜻은 잠시 후에 살펴보도록 하자. 대략 세미나의 취지를 다음과 같이 이해한다. 약물(藥物)과 병원(病院)에서 탈주하는 몸뚱이를 만들자는 것. 병원에 가면 질병에 걸린다고 하니, 병을 치료하기 위해 찾아간 병원(病院)이 병의 근원인 병원(病源)이 되는 현실이다. 어처구니없는 의료사고는 말할 것 없으며, 해마다 증가하는 사례도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병원마저 믿을 수 없는 시대에 조류독감, 신종플루 등 전염병의 창궐은 우울한 소식이다. 아마 2009년에 가장 뜬 유행어가 신종 flu가 아닐까 싶다. 주변에 발열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덮어놓고 의심의 눈길을 보냈는데, 그게 딱 좀비 영화의 그것과 같다. 이런 류의 영화에서는 누군가 기침하고 눈빛이 몽롱해지면 등장인물들은 총을 겨누고 경계의 눈초리로 쏘아본다. 전염병은 서로를 불신하고 분열하게 한다. 신종 flu가 연일 언론 보도를 장식할 때, 시민들은 다른 것에 관심 가질 여유가 없다. 당장 내가 좀비가 되고 말고 할 판국에, 나랏일이고 뭐고 간에 돌아볼 틈이 없다는 게다. 흥미로운 것은 작년에 활활 타오른 촛불이 꺼진 이후, 신종 flu가 이 땅에 대대적으로 상륙했다는 점이다. 고미숙 샘의 이 영화를 보라 괴물 편을 보면 국가가 통제하는 위생권력의 실체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전염병은 예방해야 한다. 그러나 그 도가 지나치면 마치 건강염려증 환자처럼 일상을 살아갈 수 없다. 국가의 위생권력과 그에 영합하는 미디어 권력에 대해 이제는 돌아볼 때가 되었다. 신종 flu로 불거진 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어떻게 우리의 삶을 잠식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 출발은 자신의 몸을 바로 보고, 올바로 다루는 능력에서 비롯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나는 백수 케포이필리아 1, 2기를 연속으로 졸업했다. 그 와중에 백수 생활 10개월이 지나다 보니 자금의 압박을 느낀다. 나 같은 백수뿐만 아니라, 서민들은 한결같이 목돈 지출에 큰 부담을 진다. 의식주는 입던 거 입고, 먹는 거 줄이고, 살던 데 살면 그만이지만, 피할 수 없고 예상할 수도 없는 목돈 지출이 바로 의료비다. 이빨 하나만 치료하는 데도 돈 십만 원이 깨지니 돈 벌려면 아프지 않는 게 상책이다. 백수 생활을 하기 위해서라도 건강은 필수다. 현재 마땅한 벌이가 없으니 벌이를 마련하는 동안, 몸을 건강하게 단련해 놓아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에 힘입어 어떻게 하면 질병과 약물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 모색하던 중 몸+드라망 세미나를 발견한 것이다. 세상에 우연은 없다고 했는가. 백수 케포이에서 사주명리학 동아리 활동을 하며 음양오행 등 동양사상을 배우고 자연스레 관심사는 한의학 쪽으로 옮겨갔다. 그러면서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함을 절실히 자각한 시점에 만난 세미나라니! 이것이 정녕 시절인연이 아닐까. 인드라망은 불교의 연기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라고 한다. 즉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서로 빛을 주고받으며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몸+드라망은 소우주인 인체 내부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그것을 통해 외부 환경과 거침없이 만날 수 있는 신체를 구성하는 시도라고 본다. 신체를 재구성해 삶을 잠식했던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나고, 우리를 지배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위생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강단을 기르자. 처방전도, 약봉지도 내려놓자. 아무도 나를 돌봐줄 수는 없다. 이제 내 몸은 내가 고친다.

2009/10/25 - [연구공간 수유+너머] - 몸드라망 세미나 출발 ^^

Posted by 지장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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