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위 : 빅토리아 크로스 II (Victoria Cross II)



빅토리아 시대 대영제국과 아프리카 줄루 제국의 격전을 다룬 2인 게임이다. 이 게임은 줄루 전쟁의

이산들와나 전투와 로크스 드리프트 전투 시나리오로 나뉜다. (맵이 양면)

 

두 시나리오는 각각 판이하게 다른 성격을 지닌다. 이산들와나 전투가 개활지에서 벌어지는 기동전이라면,

로크스 드리프트 전투는 타워 디펜스 류의 성격을 가졌다. 따라서 전혀 다른 성격의 게임을 각각 즐길 수 있다.

 

창과 화살 등으로 무장한 줄루 족과 신식 무기로 무장한 대영제국의 격돌? 누가 생각해봐도 게임이 안될 것 같다.

실제로 당시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이산들와나 전투에서의 대영제국 패배가 야기한 충격은 엄청났다.

이 게임은 압도적인 병력으로 사방팔방에서 돌격해 들어오는 줄루족과, 화력은 월등하나 수적으로 소수인 영국의 심리적 압박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말그대로 사방팔방.. ㅋㅋ)

 

줄루 족의 병력은 거의 무한대로 설정되어 있으며, 병력의 히든 요소로 어디서 대규모의 군대가 튀어 나올지 모른다. 따라서 줄루 플레이어는 영국군 집중사격의 예봉을 피해, 병력을 블러핑 운용하는 것이 관건이다.

반면, 영국 측은 일제사격의 필살기(주사위 굴림개수*3)가 있으나 탄약이 부족하며(이산들와나 전투)

부상병들을 호송해 최후의 보루를 사수하며 아침까지 버텨야 한다.(로크스 드리프트 전투)

 

전장의 안개 요소가 극대화되어 있으며, 처절한 육박전+요새 방어전의 비대칭 전략을 만끽할 수 있는 워딩톤 게임즈의 명작이라 할만하다. 

 

 

4위 : 마리아 (Maria)


트럼프 카드로 상징되는 이 게임의 첫인상은 별로 좋지 않았다. 주변에서 들은 평들도 '워게임 같지 않다'라는 말이 많아서 그저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러나 게임 플레이 이후, 이 트럼프 카드로 진행하는 전투들이 진정 손에 땀을 쥐게하는 백병전의 그것을 연상시켰다.

 

첫 플레이 이후, 걍 껌뻑 반해버려 연달아 3판을 돌릴 정도로 이 게임은 엄청난 재미를 준다. 정치카드의 존재로 인한 게임 양상의 술렁임도 훌륭하고, 무엇보다 나에게 유리한 지역으로 적을 끌어들여 전투를 벌인다는 개념이 참 마음에 들었다. 이 게임은 '전술적 퇴각'이 상당히 중요하다. 손에 쥐고 있는 Reserve(예비대) 카드는 일종의 조커 개념으로 결정적인 순간에만 사용해야 한다. 이 카드를 승리를 위해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의 피해만 받고 후퇴하는데 쓰는 것이 어쩌면 더 효과적일 경우가 많다.

 

또한 전투에서 승리해도 전쟁에서 패할 수 있다. 3인 게임이기에 한 쪽을 너무 심하게 박살내면 다른 한 사람이 어부지리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두들겨 패도 너무 심하게 패면(?) 안 된다. ㅎㅎ

 

승리의 비극을 잇는 3인 게임의 역작이라해도 무방한 게임이다. 덕분에 같은 게임사에서 출시된 프리드리히도 구매하게 되었다. ㅎㅎ

 

 

3위 : 덩케르크 : 프랑스 1940 

(Dunkirk : France 1940)


올해의 혁신적인(innovative) 워게임이라 칭할 수 있는 게임.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배경으로 한 이 게임은, 어쩌면 다른 작전명이 붙을지도 모른다.

 

무슨 말인가 하면, 게임 시작시 독일군 플레이어는 6개의 작전 명령서 중 1개를 선택한다.

이 선택된 탑 씨크릿 명령서에 따라 독일군의 작전명령은 덩케르크가 될 수도, 아니면 프랑스 군의 소탕, 혹은 파리로의 전격전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이 명령목표를 연합군 플레이어는 알 수 없다. 그저 독일군의 이동과 행동을 살펴, 그것을 추론하는 수밖에.

명령에 따라 승점대상은 달라지며, 대부분 한끗 차이로 승부가 갈리기 때문에 독일군은 최대한 자신의 목표를 은폐하며 진격하고, 연합군은 독일군의 의도를 읽어내 철수+방어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플레이를 해보면, 블러핑 기동이 상당히 중요하며 표정을 잘 숨겨야 한다. ㅋㅋㅋ 

독일군은 한 턴이 아쉬우며 계획이 노출될까 애가 탄다. 연합군은 어차피 화력에선 상대가 안되고 도망치는 입장이지만, 오히려 느긋하다. 남은 턴 계산과 승점 체크 등 수 읽기가 정교하게 요구되며, 이 점에서 진짜 작전임무를 수행하는 느낌을 받는다. 

 

전장의 안개를 색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워게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블러핑에 약한 나는 금새 들통.. ㅎㅎ

 

 

2위 : 앙골라 (Angola)

올해 다양한 다인플 워게임을 즐겼지만, 가장 쇼킹하고 신선했던 게임이다.

아프리카 정글, 사바나, 고원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내전의 한복판에 있는 느낌이랄까..

 

2:2 팀플 워게임이라는 독특한 포지션에, 각종 무기와 용병들의 천국이었던 앙골라 내전의 테마를 잘 살렸다.

특히 다양한 무기들의 경연장이라 할 정도로, 전투기, 로켓포병, 전차, 지대공 미사일, 지뢰 등 다양한 무기 옵션이 있는데, 이것들이 복잡하지 않고 각 무기별 상성이 제대로 구현되어 있다.

이를테면 전투기를 띄웠더니 지대공 미사일이 날라오고, 전차가 진격하니 대전차포가 불을 뿜는 등, 카운터에 역 카운터 펀치가 난무한다.

 

다인플 워게임 고전명작은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1위 : 더 그레이트 게임 (The Great Game)

1위는 중앙아시아의 숨겨진 전쟁을 다룬 더 그레이트 게임이다.

이 게임을 하며 나는 문득 구한말 열강의 틈바구니에 끼어 신음하던 대한제국이 떠올랐다(뜬금..?).

 

이 게임의 주요 무대인 아프가니스탄, 페르시아 등은 영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이른바 '완충국'으로

먼저 먹는 자가 이 지역의 패권을 쥐는데 유리해진다. 따라서 영국과 러시아 양 플레이어는 사절을 파견해 협박하거나 혹은 군대를 이끌고 무력으로 점령해야 한다. 점령을 하면 무단 통치가 시작되며, 반란이 일어나면 무자비하게 진압한다.

 

게임을 즐기고나서, 가만 생각해보니 내가 플레이했던 영국과 러시아 등이 바로 동아시아에선 일본과 러시아(여기서도 러시아구만.. ㅋㅋ)였고 아프가니스탄이 대한제국이었구나 하는 자각(?)이 들었다. 왜 그들이 여기서 이렇게 패권 다툼을 벌였는지 게임을 통해 새삼 느끼게 되었고, 그것은 21세기인 지금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으리라.

 

암튼 게임을 통해 역사를 실감한다는 측면에서 대단히 특별한 경험으로 기억한다. 

19세기의 그레이트 게임은 미소 냉전으로 이어졌고, 그것은 21세기에도 진행형이다.

 

이런 점 외에도, 대단히 쉽게 배울 수 있는 2인용 카드 드리븐 게임으로 테마의 역사성에 몰입할 수 있다면 이만한 게임도 없으리라. 이 게임을 보다 재밌게 즐기는 방법은 피터 홉커크의 '더 그레이트 게임' (사계절출판사)을 일독하면 그 몰입감은 상상초월. ^^

 

당당히 올해의 워게임 1위에 랭크!

Posted by 지장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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