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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서생(공부하는 자)이라 자칭하는 자는 경계하라
이번에는 부드러운 털을 입으로 빨고 아교풀로 붙여 붓이라는 뾰족한 물건을 만드니, 그 모양은 대추씨 같고 길이는 한 치도 안 된다. 이것을 오징어 먹물 같은 시커먼 물에 듬뿍 찍어서는 가로 찌르고 모로 찌르면 굽은 놈은 갈고리 창 같고, 날이 난 놈은 식도 같고, 뾰족한 놈은 검 같고, 갈라진 놈은 가지창 같고, 곧은 놈은 화살 같고, 둥그스레한 놈은 활같이 생겨먹었으니, 이놈의 병장기를 한번 휘두르면 온갖 귀신들이 한밤에 통곡하게 된다. (호질)
할 것이다. 내가 배운 학문을 어떻게 쓸 것인가. 마음가짐에 따라 그것은 독(毒)도 약(藥)도 될 수 있다.
모르는 것에는 입을 다물라
자신이 직접 체험하지 않고 한갓 남이 말하는 내용만 듣고 의존하는 사람과는 함께 학문을 이야기할 수 없다. 하물며 평생을 두고 마음을 쓰고 헤아려도 도달할 수 없는 학문의 세계임에랴! … 대체로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것은 (본래 이 몸은 현재에 있지만) 언제나 지나간 과거에 속하는 영역이다. 그 과거가 지나가고 또 지나서 쉬지 않는다면, 옛날에 듣고 본 것에만 의존하여 이를 학문으로 삼는 사람은 그것의 가부를 고증할 수 없다. 그러므로 억지로 책을 지어 남들에게 반드시 믿게끔 하려는 것이다. (일신수필서)
데가 없다. 꼭 말 한마디 학문을 자랑해야 직성이 풀린다. 내가 실천할 수 없는 일을 떠벌리는 것 마냥
공허한 일은 없다.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도 명심해야 하리라.
높이 올라갈수록 추락의 고통은 크다
대개 장대를 올라갈 때는 한 계단씩 차례로 밟고 올라가기 때문에 위험을 모르고 있다가 내려오려고 눈을 들어 한번 보면 헤아릴 수 없이 까마득히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현기증이 생기는 까닭이니 그 탈의 원인은 눈이다. 벼슬을 하는 것도 이와 같을 것이다. 바야흐로 벼슬이 올라갈 때는 한 등급, 반 계단씩 올라 남에게 뒤처질까 봐 남을 밀치고 앞을 다투다가, 마침내 몸이 숭고한 자리에 이르면 마음에 두려움이 생기고 외롭고 위태로워 앞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뒤로는 천 길 낭떠러지로, 붙잡거나 도움 받을 희망마저 끊어져서 내려오고 싶어도 내려올 수 없게 된다. 역대의 모든 벼슬아치들이 그러했을 것이다. (일신수필 장대 관람기)
얼굴이 굳어짐이 예사이다. 옛말에 정녕 이로운 말은 듣기에 거슬린다고 했는데 이를 멀리하니 재난을
피하기 어렵다. 여러 사람에게 추앙 받을수록 그들의 진심을 살펴야 할 것이다. 주변에 오직 칭찬하는
이만 그득하면 이미 갈 데까지 간 것이라 할만하다. 항상 경계해야 할지어다.
폼 잡지 마라
붓은 부드럽고 유순하고 길이 잘 들어서 어깨를 움직이는 대로 함께 힘이 들어가는 것을 훌륭한 것으로 치지, 털이 억세고 뻣뻣하며 뾰족하고 날카로운 것을 낫다고 하지 않는다. (관내정사 7월 24일 경자일)
그런 마음이 참으로 많다. 어깨와 목에 잔뜩 힘이 들어가서는 억세고 뻣뻣한 글줄밖에 쓸 수 없다.
마음을 겸허히 내려놓고 배우는 자세가 요청될 것이다.
2010/02/03 - [연구공간 수유+너머] - 열하일기 中 '울보야말로 천하의 사나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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