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역사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알베르토 망구엘 (세종서적, 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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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지성 2학기 첫 번째 책으로 읽은 독서의 역사는 책 읽는 이유를 묻게 한다. 앞서 살다간 이들의 풍부한 사례로 독서행위의 의미를 탐색한다. 나는 책을 왜 읽나?


나는 궁금한 것을 이해하기 위해 책장을 폈다. 아주 어릴 적에는 그저 시간 때우기로 읽었으나, 차츰 책을 찾아 보는 나이가 되면서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명쾌히 하고 싶은 욕망이 커졌던 것 같다. 주변 어른들에게 물어도 대답이 시원치 않거나 혹은 직접 묻기엔 어쩐지 쑥스러운 질문 따위는 책에서 답을 구했다. 독서의 역사는 말한다.


침대 시트 아래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육체를 읽는 연인, 환자들을 상담하며 뒤숭숭한 꿈을 풀이하도록 돕는 정신과 의사, 날씨를 예견하는 농부, 아기의 얼굴만 보고도 감정을 눈치채는 부모.. 이들 모두는 기호를 판독하고 해석하는 기교를 독서가들과 공유하고 있다.


인간의 모든 행위가 판독하고 해석 읽는 것이었음을 짐작은 했다. 책을 읽든 안 읽든 누구나 독서가라 할 수 있다. 단지 그 판독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보다 키우기 위해 독서를 한다. 부족한 경험과 좁은 안목에 머무른다면 판독하고 해석하는 일은 위험하다. 선무당 사람 잡듯이 남을 해치고 자칫하면 스스로를 상하게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많은 독서는 유익한가. 일견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독서의 역사는 말한다.


문자의 기술을 말하는 토트에게 왕은 답한다. 그대가 그대의 신봉자들에게 제시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지혜가 아니라 지혜의 유사품에 지나지 않소. 왜냐하면 그대의 신봉자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지는 않고 말만으로 많은 것을 아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오. 신봉자들은 지혜가 아니라 지혜에 대한 자만심만 커질 것이기 때문에 동료들에게 짐만 될 것이오.


요즘 책을 부쩍 많이 읽는다. 한 번 읽으면 그 책을 정복이라도 한 듯 마음은 배부르다. 그러나 정말 그런가? 한번 스쳐본 것을 지혜의 습득이라 여기는 게 아닌가? 설익은 지식을 지혜인양 떠들지는 않았는가? 이런 생각에 이르자 배부른 마음은 짐이 되어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책을 그저 많이 대충 읽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음미하며 읽는지가 중요하다. 독서의 역사는 말한다.


카프카는 “… 아주 보잘 것 없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인생을 엄청 치열하게 살아야 하거든이라고 말했던 선생을 떠올리게 하는군이라고 썼다. 카프카는 평생을 자신이 이해의 첫 자락을 들추는 데 필요한 경험이나 지식조차도 갖추지 못했다는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치열하게 산다는 말을 나는 이렇게 이해한다. 책을 읽을 때 그 저자의 일화와 시대상황 등 보조 텍스트를 섭렵하는 것 또한 치열한 태도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는 책을 그 시대에 얽매이게 만들지 모른다. 이를테면 루쉰의 광인일기는 당시 중국의 어떤 상황을 풍자한 것이다라는 한가지 해석만 강요하게 되는 것이다. 책이 쓰여진 당대의 맥락은 분명히 있지만, 그것이 후세에 오래도록 읽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에 여전히 쓰임새가 있다는 얘기이다. 오늘 나는 어떻게 살았나? 나는 이 시대에 어떤 맥락인가? 를 끊임없이 물으며 책을 읽으면 그 책에서 시대를 헤쳐나가는 실마리를 얻을 수도 있다. 독서의 역사는 말한다.


책을 읽다가 자네의 영혼을 뒤흔들거나 유쾌하게 만드는 경이로운 문장을 마주칠 때마다 자네의 지적 능력만을 믿지 말고 억지로라도 그것을 외우도록 노력해 보게나. 그리고 그것에 대해 깊이 명상하여 친숙한 것으로 만들어 보라구. 그러면 어쩌다 고통스런 일이 닥치더라도 자네는 고통을 치유할 문장이 마음 속에 새겨진 것처럼 언제든지 준비되어 있음을 깨닫게 될 걸세.


책을 읽을 때 마음에 드는 문장을 메모할 때가 있다. 글을 쓸 때 메모를 참고하곤 하는데, 이는 참고할 것이 아니라 마음과 뼈에 새겨야 한다. 그래서 무언가를 쓸 때는 메모를 덮어야 한다. 옆에 두고 메모를 힐끗거리는 것은 그 문장이 내 것이 아직 못되어서 그런 게 아닐까. 고통을 치유할 문장을 마음에 새기고 있다면 그것은 삶을 살아갈 때마다 부닥치는 문제에 착한 요정처럼 나타나 힌트를 던져줄 지도 모른다. 독서의 이유는 이런 데 있는 것 같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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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장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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