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 소설 전집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루쉰 (을유문화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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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은 루쉰 소설 전집 2소설집 방황 中죽음을 슬퍼하며』를 중심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줸성(涓生)의 수기죽음을 슬퍼하며를 읽었다. 비탄에 빠졌을 때, 애도의 시간이 없으면 슬픔을 극복하기란 참 어렵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 보내거나, 시험에 낙방하거나, 회사에서 잘리거나, 심지어 응원하는 팀이 게임에서 졌을 때 상실감은 도도히 밀려든다. 이때 사람에 따라 추모의 형태는 다르다. 길길이 날뛰거나, 술을 푸거나, 통곡을 한다. 보통 이걸 동시에 한다. 어쨌든 이런 애도와 추모의 목적은 지극히 분명하다. 살기 위해서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달 혹은 몇 년씩 길길이 날뛰거나, 술을 푸거나, 통곡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심장마비와 알코올 중독, 정신분열증에 시달리는 환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살아도 살아있는 게 아니다. 줸성의 수기를 글감으로 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나 역시 그 무엇을 슬퍼했고 그 애도의 기간이 차츰 늘어나며 다소 과함을 느낀 것이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마침 역학 관련 책을 읽던 중 진리의 목적은 생()이라는 문장에 눈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살아있는 생물치고 움직이지 않는 것이 없다. 가만히 땅바닥에 자리잡고 미동조차 없어 보이는 잡초도, 아래로는 뿌리를 내지르고 위로는 이파리로 태양과 바람의 기운을 받아들이려고 애쓴다.


이름없는 잡초가 살기 위해 암중모색하는 것처럼 삶의 의지가 있는 생물은 모두 가만히 있지 않는다. 지구는 공전하고 자전하며, 바닷물은 출렁이며, 가슴 속의 심장은 뛴다. 움직임을 멈추면 지구의 밤낮과 계절은 사라지고, 고인 바닷물은 썩어 문드러지며, 심장은 멈춰 육체는 말라 비틀어질 것이다. 살아있음은 그 자체로 목적이다. 그래서 생물(生物)이다. 괜히 살아있는 게 아니다. 우리는 스스로 그렇게 (自然스럽게)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다.


인간은 육체적·물질적으로만 멈추지 않는 걸로는 온전히 살 수 없다. 인간에게는 정신과 마음이란 게 있다. 정신과 마음 또한 멈추면 썩어 악취를 풍긴다. 부패한 감정은 육신에 영향을 미치고 알코올 중독과 정신 분열증마냥 삶을 결딴내버린다. 회한과 비애가 가득한 적막 속에 줸성은 홀로 수기를 쓴다. ‘… 나는 살아 있다. 나는 반드시 새로운 삶의 길을 향해 발을 내딛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첫걸음은 오히려 나의 회한과 비애를 쓰는 것이다. 쯔쥔(子君)을 위해서, 나 자신을 위해서. …’


줸성은 자신의 방식인 글 쓰는 행위로 쯔쥔의 죽음을 애도한다. 그리고 떠나 보내려 한다. 사실 이 수기는 죽음을 슬퍼하기 보다, 삶을 찬미하는 것으로 읽힌다. 삶을 찬미하는 게 무엇인가? 희희낙락하고 그래야만 찬미가 아니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처한 상황이 절망스럽고 굴욕적이고 눈앞이 캄캄하더라도 살려고 애쓰는 그 모습이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어째서? 지금 살아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살아있음을 자각하는 것! 이것이 살아있음을 끊임없이 증명하려는 모색과 궁리를 하게 한다. 살아도 죽은 것마냥 웅크리고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생을 모독하는 것은 없다.


애도했던 사건도 그 순간에는 추모할만한 일이었다고 해도, 지금까지 그러라는 법은 없다. 굳이 새옹지마라는 고사를 들먹이지 않아도, 그때 애도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좋은 계기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오직 이 글이 아Q의 정신승리법처럼 자기기만에 빠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조지 오웰은 명쾌한 언어의 가장 큰 적은 위선이다라고 말했다. 착해 보이고 싶고 좋은 이미지를 주려 하는 욕망이 솔직한 인간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게 한다. 애도와 추모는 이 글로 족하다. 나는 새로운 삶의 길을 향해 첫걸음을 내디딘다. 나는 진실로 마음의 상처를 드러내고 사뿐히 걸어가려고 한다. 삶의 직면과 명쾌한 언어를 나의 길잡이로 삼고서..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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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장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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