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강호(江湖)에 대중지성 문하생 16인이 집결했다. 2학기 에세이 발표를 위해서다. 이제는 1박2일 합숙이다. 이 시간 동안 그들은 자신만의 논리와 사유를 녹여낸 소설과 에세이로 실력을 선보일 작정이다. 세상은 월드컵 16강의 붉은 물결로 출렁였으나, 이곳 발표현장은 엄정한 비평과 칼날 같은 지적으로 또한 피바다를 이뤘다. 1학기와 달리 합숙으로 치러진 까닭은 한 사람당 보다 밀도 있는 해부를 위해서다. 이들은 아침 먹고 발표·비평하고 다시 점심 먹고 발표·비평하는 등 신체의 감각을 한 점에 집중했다. 이를테면 비평의 극한을 추구한다고 할까? 따라서 어설픈 주장이나 논리 전개는 여지없이 박살이 났다. 2학기 주제는 ‘문학과 근대’다. 그 동안 루쉰, 나츠메 소세키, 프란츠 카프카 같은 문인들의 주요 저작을 읽고 공부했다. 그들의 가치관과 사유의 깊이를 얼마나 자기 것으로 만들었는가, 그 고민의 흔적이 발표 현장에서 낱낱이 드러난 것이다.
운명의 발표 순서는
공명정대하게 제비 뽑기로 정해졌다. 1번부터 16번까지 순서를
놓고도 설왕설래가 끊임없다. 중간이 좋다느니 뒤에 걸리면 안 좋다느니 곧 닥칠 파란도 아랑곳없이 시시콜콜
쑥덕공론이 한창이다. 그런 한가한 시간도 잠시. 1번 당첨자
시성이 자기 글을 읽어 내려가자 학인(學人)들은 잠시 잊었던
자신들의 숙명을 깨달은 듯 좌중에 일순 긴장감이 감돈다. 시성의 낭독이 끝나고 문하생간에 비평이 오간다. 이렇게 썼으면 더 괜찮았겠다, 이건 좋았다 저건 어땠다.. 말이 잦아들어 상황이 정리되고, 드디어 잠자코 있던
의사가 환자를
한편 이번 발표회에서
특히 감동받은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방치하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자기 방구석을 쓰레기통으로 만들면
스스로를 존중하지 않는 일이다. 그런 일상의 소소한 태도가 모여 나와 내 주변, 나아가 세상을 창조할 수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합숙은 끝났다. 꿀맛 같은 1주간의 방학을 뒤로 하고 문하생들은 3학기를 바라고 있다. 3학기 에세이는 어쩐지 2박3일로 추진될 것 같은 예언(?)을
남기고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참, 이번 2학기 우수 에세이로 뽑힌 3인의 글을 소개해야겠다. ‘2학기를 성실히 공부한 보고서’라는
평을 받은
(웹진 기사는 www.transs.pe.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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