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싸워 이기는 전략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이용찬 (살림,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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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부터가 심상찮다. '삼성'이라는 간판 브랜드를 책 네이밍으로 활용한 것 부터 도발적이다. 누가 제목을 정했는지는 모를 일이나 저자들의 브랜딩 감각을 짐작할 수 있다. 마치 '삼성'이라는 저항할 수 없는 거함을 상대로 승리하는 비책이 담긴 느낌이 든다. 그러나 '삼성'과 싸워 이기는 전략이라기보다, '삼성'같은 골리앗을 상대하는 '다윗'의 전략교본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뜬금없이 중국 춘추전국시대가 떠올랐다. 그 시대 유세가들은 오늘날의 '경영 컨설턴트, 마케터'와 다를 바 없다. 그들은 자신만의 천하를 통일할 수 있는 '기획서'를 품고 여러 나라를 떠돌았다. 함곡관 서쪽의 진(秦)나라부터 남쪽의 제왕 초(楚)나라까지, 제후들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생각을 '프레젠테이션'했다. 각국의 'CEO'에게 '스카우트'된 그들은 자신의 '기획서'로 나라를 뜯어고쳤다. 나라마다 그 방법론은 다양했다. 그것은 춘추전국시대의 제자 백가라고 일컬어진다.

제자 백가의 발상지와 사상

제자 백가의 발상지와 사상

  유가, 도가, 법가, 종횡가 등.. 제자백가는 국가의 구성이념과 같다. 제자백가라 불리는 '엘리트'들은 이렇게 시장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다. 전국시대 천하는 오늘날의 시장이요, 천하통일은 시장석권에 다름아니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하나의 병법서이다. 그 중에서도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방법에 국한된. 즉, '게릴라 전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삼성은 전국시대 시황제의 진(秦)나라, 삼국시대 조조의 위(魏)나라처럼, 절대 강자의 상징이다. 진나라에 맞서기 위해 제후국은 합종연횡을 거듭했고, 촉한과 동오는 동맹을 했다. 약자가 살려면 자신들의 상황을 인지하고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논리정연하게 전개된다. '삼성과 싸워 이기는 16가지 전략'을 사례와 함께 열거하고, 그런 전략을 세울 수 있게끔 하는 '통찰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 알려준다. 분량도 그렇게 두껍지 않고, 핸드북처럼 핵심만 명료하게 배치했다. 더 자세한 내용을 원하는 이들은 이 책을 내비게이션으로 삼을만 하다.

춘추전국시대 불후의 병법서 '손자병법'

춘추전국시대 불후의 병법서 '손자병법'

  '나에겐 시황제와 조조를 무찌를 수 있는 비책이 있소!' 라고 큰소리치는 이. 허풍쟁이가 아니라면 분명 뭔가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혹시 아는가? 6국의 재상을 지낸 소진이나, 3국정립을 이끌어낸 제갈공명과 같은 인물일지..
공저자인 신병철 대표의
'브랜드 인사이트'도 읽기를 권한다.

2008/12/17 - [내가 읽고 싶은 글 쓰기] - 글쓰기는 전쟁이다.

Posted by 지장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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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사는 世上
물 맑고 산 좋은 시골에서 누구보다 바쁘게 사는 
조남호 화천군 화천읍 동촌1리 사무장 (해비타트 목조건축학교10기 졸업)을 만나다
(
해비타트 포스트 3-4월호에 기고한 기사)

조남호 동촌1리 사무장

조남호 동촌1리 사무장


  귀농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닌 조남호 사무장. 그의 최근 몇 년 동안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차근차근 귀농을 준비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해비타트 목조건축학교(이하 해목교)와 전국귀농학교를 각각 졸업한 그는 내 손으로 집 짓고, 농사를 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운 후에야 귀농을 하려고 했다고 말한다. 물 맑고 산 좋은 시골에 내려가 유유자적하며 지내는 농촌생활이 언뜻 떠오른다. 귀농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다. 그것은 또한 귀농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귀농하는 사람의 90%가 실패하고 돌아갑니다. 그는 막연히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귀농의 유형은 외딴집에 홀로 틀어박혀 지내는 고립형과 마을의 일원으로 동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참여형이 있다고 한다. 도시에서 귀농하는 이들에 대한 인식이 곱지만은 않아요. 그런데다 어울리려는 노력 없이 홀로 떨어져서 살면 금세 주민들의 입방아에 오르게 되지요. 분명히 저 사람은 도시에서 사고치고 도망 온 사람이라고. 그가 시골마을의 사무장이라는 생소한 직업을 택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 비롯한다. 

  뉴질랜드에서 1년 6개월 동안 이민생활을 경험하기도 한 조 사무장은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는 일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뉴질랜드에 살 적에, 제 이웃에 뉴질랜드 이민 1호분이 살고 계셨습니다. 그 분이 말씀하기를, 아무리 40년 동안 이곳에 살았어도 여전히 이방인 취급을 당하더라 하시더군요. 귀농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방인인 만큼 더욱 동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요. 여기는 해 뜨면 모두 일어납니다. 도시에서처럼 늦잠 자고 그럴 수가 없죠. 술도 어울려 마시고, 집안 대소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조금씩 기존 주민들과 친해질 수 있습니다. 그는 그 방법으로 사무장 자리를 덜컥 맡았다. 이 일이 금방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어요.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고요. 시골 마을 사무장은 무슨 일을 하는가 라는 질문에 그는 빙긋 웃으며 한마디 한다. 뭐랄까, 동네의 모든 일을 처리하는 마당쇠지요.귀농에 대한 환상처럼, 한적한 시골마을 사무장의 하루를 상상하면 오산이다.

폐교를 활용한 해산농촌체험연수원

폐교를 활용한 해산농촌체험연수원

조남호 사무장이 근무하는 사무실

조남호 사무장이 근무하는 사무실


  2006년 농림부에서 도입한 마을 사무장 제도는 귀농인 등 외부 인력의 수혈을 통해 마을단위 농산어촌체험관광 사업의 활성화 촉진을 위해 실시되었다. 사무장 평균 재임기간이 3개월에 불과한데, 저는 이제 1년 가까이 했으니 할 만큼 했죠? 조 사무장이 웃으며 말한다. 이직이 잦은 만큼 사무장의 업무량은 이른바 3D업종이라 할만하다. 마을 관리는 물론이거니와, 밀려드는 관광객들 뒤치다꺼리, 새로운 사업기획, 도농 교류 업무, 자연 보전활동 등 그 가짓수도 다양하다. 그런것 갖고 별거 아니지 않느냐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이 모든 일을 그 혼자 한다. 다시 말하지만 직원은 사무장 단 한 명뿐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의 아내가 도와준다. 피곤 할만도 한데 그의 눈빛은 여전히 빛난다. 전국에 25000개 마을 중, 171개 마을이 생태마을로 지정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우리 동촌리가 손꼽을 수준이지요. 자신감 넘치는 그의 말은 허세가 아니다. 최근 산림청에서 발표한 우수 산촌생태마을 선정에서 조 사무장이 일하는 동촌리가 전국 171개 생태마을 중 8개 우수 마을 중 하나로 당당히 뽑혔다. 그가 이 모든 것을 홀로 이룬 것은 아니다. 마을 이장을 비롯하여 주민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일궈낸 결과인 것이다. 그러나 열악한 조건에서 분투한 그의 노력이 큰 몫을 했음은 물론이다.
 
  “마을에 할 일이 참 많은데, 할 사람이 없어요.. 그가 문득 말끝을 흐린다. 다양한 기획사업을 준비하는 그가 아쉬워하는 점은, 아이디어를 함께 나눌 이가 주변에 드물다는 것이다. 홀로 사무직을 수행하다 보니 주변으로부터 종종 오해 아닌 오해도 산다. 일부 농촌 분들은 사무장 일을 그냥 사무실에서 펜대나 굴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사람은 사무실에 들어앉아 컴퓨터나 할 뿐이지 라고 말이죠.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다. 도시로 급속히 빠져나가는 인구 때문에 동촌리의 주민은 대부분 고령자다. 우스개 소리로 환갑 이전에는 모두 청년이라고 할 정도다. 마을이 살아나려면 결국 사람이 정착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그 주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조 사무장은 얼마 전 마을 공부방 운영계획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동촌리에 살고 있는 청소년 6명을 직접 가르치기 위해 발벗고 나선 것이다. 제 전공이 수학인데 수학은 제가 할 수 있고, 영어는 집사람이 좀 하니 그것도 가능하죠. 동촌리로 들어가는 차도가 생기기 전에, 이곳 학생들은 산 하나를 넘어 화천읍으로 통학을 했다고 한다. 지금도 교육환경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이기에 조 사무장이 적극적으로 마을 공부방 운영을 제안한 것이다. 아이 부모님들이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아요. 도시에서 이런 공부방 조건이라면 너도나도 보내려고 아우성일 텐데.. 더 열심히 설득해야죠. 아이들이 이 마을의 희망이니까요. 조 사무장의 눈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마을 청년들에게도 향해 있다. 선진지 견학이라고, 벤치마킹이라고 하죠. 마을 청년들과 함께 우수 마을을 찾아가 그들의 노하우를 배울 계획입니다. 국내에선 우리 마을이 이미 뛰어난 수준이라 중국, 태국 등 해외 견학을 생각하고 있지요.
추진력과 기획력이 돋보이는 그에게도 고민은 있다. 나날이 늘어가는 시설유지비와, 어디서 뭘 해서 히트 치면 너도나도 따라 하는 바람에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해야한다는 점이다. 이런저런 고민 속에서 그의 생각은 더욱 다듬어진다.

마을의 상징인 호랑이 모자(母子) 조각

마을의 상징인 호랑이 모자(母子) 조각

자연생태 우수마을로 선정된 동촌리

자연생태 우수마을로 선정된 동촌리


  왜 귀농을 했느냐라는 원론적인 질문을 던졌다. 국내 대기업, 외국계 회사 등에서 억대 급 연봉을 받던 그가 월급 120만원의 시골 마당쇠를 자처한 이유는 무엇일까.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배운 지식은 사는 데 그렇게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내가 사는 데 필요한 것을 배우자 라고 마음을 먹었죠. 글 첫 부분에 말한 것처럼, 그는 귀농을 위해 체계적으로 단계를 밟아 나갔다. 해목교 경험에 대해 묻자 그는 에피소드 한 가지를 소개한다. 제가 무슨 수업을 들을 때 졸아본 적이 없는데, 해목교에서는 처음으로 졸았습니다. 교수님 이하 다들 어찌나 술을 좋아하는지 술 마시느라 잠자는 시간이 더 적었습니다. 하하. 그러면서 그는 해목교에 대한 애정 어린 충고도 잊지 않는다. 제가 10기 졸업생인데, 배운 기술을 써먹을 기회가 참 없더군요. 기껏해야 번개건축에 참여하는건데, 그 외에 목조건축 현장에 참여하는 것은 무척 제한되어 있습니다. 집을 지어봐야 나름 경험도 쌓일 텐데, 그럴 수 조차 없으니 답답할 만도 하지요. 기존 건축 현장에서는 그들만의 울타리가 있어 잘 써주지를 않습니다. 게다가 해목교 졸업생끼리도 네트워크가 이루어지지 않아, 손 놓다 보면 5주 동안 배운 것을 금방 까먹게 되죠. 기수를 배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거쳐간 졸업생들을 연결하는 구심점이 생기길 바랍니다. 그러면 어디서 졸업생 아무개가 집 짓는다고 하면 시간되는 졸업생들이 달려갈 것 아닙니까. 도움도 주고, 경험도 쌓고 서로 좋지요. 

  가끔씩 시골까지 내려와 왜 이렇게 바쁘게 사는지 자문한다는 조 사무장. 아침에 일어나 아름다운 자연이 곁에 있는 것을 느낄때, 바빠도 지금 이렇게 사는 것이 진정 행복임을 알아차린다고 한다. 기자와 작별인사를 나누며 짓는 그의 미소가 봄기운처럼 편안해 보였다.

조남호 사무장의 사무장 이야기 (전국귀농운동본부 게시물 링크)
(1) 에고~ 힘들어라 사무장 노릇
(2) '갈매기'야  고맙다. 모처럼 쉴 수 있게 해줘서!

동촌리 홈페이지 (여행 및 숙박 관련 정보 제공)

2009/02/13 - [내가 읽고 싶은 글 쓰기] - Pay it forward와 해비타트

Posted by 지장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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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카테고리 자기계발
지은이 스펜서 존슨 (랜덤하우스코리아,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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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펜서 존슨 씨의 선물.
'누가 내 치즈를 옮겼는가?' 로도 유명한 저자의 베스트 셀러이다.

100 페이지도 채 안되는 손바닥만한 책이 왜 그리도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으며,
또 유명서점 베스트 셀러 차트 상위권에 그렇게나 오래 머물렀는지 궁금했다.
그냥 흔해빠진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그런 이야기 류나
혹은 작은 감동을 전해주는 짤막한 격언집이겠지,
심지어는 출판사에서 광고를 많이 하나..? 라는 불경한 생각마저 들었음을 고백하는 바이다.


공기와 물처럼 참 소중하나 그 가치를 실감하지 못하는 것이 주변에 많다.
이 책은 그런 존재들처럼,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선물'은 바로 '현재를 살아가는 것'임을
일러준다. 현재를 살아라? 귀에 익숙한 말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이
책상 위로 올라가서 일갈한 그 문장. 라틴어로 'carpe di em' 이라 하는,
많은 사람들이 메신저 자기소개나, 미니홈피 제목으로 애용하곤 하는 바로 그 말이다.


그래, 우리는 그 '선물'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느끼지 못할 뿐이다.
혹은 느끼더라도 그것을 자주 까먹고 만다.


사실, 진짜 소중하고 당연한 것들은 그 자체의 '당연한' 속성 때문에 푸대접 당하기 일쑤다. 물이 없으면 그제서야 물 귀한 줄 알고, 건강하지 못할 때 비로소 그 중요성을 깨닫고, '사랑'을 잃고 난 후에 그 가치를 느끼게 되듯이 진짜 소중한 것은 이런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 책은 바로 그렇게 당연한, 또 당연하기 때문에 자주 망각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인
'진짜 소중한 것의 딜레마'에서 빠져나오게 한다는데 그 미덕이 있다.

존슨 씨는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는 듯한 주제를 쉽고 간결하게,
또 재미있게 (이게 중요하지요) 풀어나가는 데 남다른 능력이 있다.
이 책이 비교적 얇은 이유는 자주 펼쳐보라고 지은이가 배려한 것이 아닐까?
너무 두꺼우면 아무리 유익한 진리라도 볼 엄두가 나지 않기에.. ^^


선물이 present, 즉 현재.와 동의어라는 것은 우연이 아닐게다.

Posted by 지장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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